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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5 고양이와 닭의 신경전 15

고양이와 닭의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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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신경전




우리 동네 교회 인근에는 3마리의 노랑이 가족이 산다.

새끼 노랑이 한 마리는 입이 언청이처럼 찢어진 장애묘이고,
어미 또한 코가 성치 않다.
이 녀석들 만난 지 약 열흘 정도 되었지만,
아직도 경계심이 심해 내가 근처에 나타나면 금세 도망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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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끼고양이: 엄마! 배고파! 어미: 나두.


그동안 네댓 번 사료를 주었는데,
녀석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풀 기미가 없다.
며칠 전 새끼 노랑이 한 마리와 어미 노랑이를 교회 뒤편 닭장 앞에서 만났다.
새끼 노랑이가 먼저 닭장 앞에 나타나자
닭장 속의 닭들은 저희들끼리 꼭꼬거리면서
잔뜩 경계어린 눈빛을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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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닭: 어디서 하룻고양이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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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닭: 야 너 자꾸 이 앞에서 알짱거릴거야...저리 안 가? 새끼고양이: 난 여기가 좋아...햇볕도 잘 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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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닭: 이 넓은 땅 다 놔두고 하필이면 왜 닭장 앞에 앉아 있는 거야? 새끼고양이: 걱정 마, 안 잡아먹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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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닭: 야, 쳐다보지도 마! 새끼고양이: 아놔...! 안 보면 될 거 아냐...!


새끼 노랑이는 새끼 노랑이대로 닭장 앞에서 닭들 눈치를 보면서
어미를 기다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닭들은 새끼 노랑이가 옆에 있을 때는
꼭꼬댁 꼭꼬 잘도 떠들어대더니
어미 노랑이가 나타나자 다들 닭장 깊숙이 들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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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미고양이: 아이 요 닭들이... 쫑알쫑알거리기는... 나한텐 꼼짝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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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미고양이: 저, 아무 짓도 안했어요...그냥 살짝, 겁만 준 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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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미고양이: 얘야, 가자. 어차피 못 먹는 떡이야. 어디 가서 먹을 거라도 좀 찾아보자꾸나.


같은 시각 또다른 노랑이 한 마리는
어린이집 뒤란에서 꽁꽁 언 어묵을 씹어먹고 있었다.
이 새끼 노랑이는 입이 언청이처럼 찢어진 장애묘인데,
어미 고양이마저 이 새끼 고양이는 별로 챙기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교회 앞 텃밭에 사료를 놓아두면
3마리의 노랑이 가족은 오순도순 둘러앉아 모처럼 단란한 식사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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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어미고양이: 얘야...저 아저씨한테 최대한 불쌍한 표정 좀 지어봐! 나처럼 이렇게 말야... 새끼고양이: 이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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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까지는 2마리의 새끼 고양이(중고양이가 거의 다 된)보다
약간 덩치가 큰
이 녀석이
어미고양이인지 아니면 보모냥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건 이 3마리의 노랑이가 한 가족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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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 뭔 어묵이 이렇게 딱딱하냐...근데 가만, 어디서 맛있는 사료 냄새가 폴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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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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