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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31 고양이의 나르시즘 31

고양이의 나르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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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나르시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요정과의 사랑을 거부하고 샘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와 사랑에 빠져

하염없이 그 그림자를 들여다보다 결국 물에 빠져 죽는다.

흔히 지나친 자기 사랑이나 자아도취를 일러 나르시즘(narcissism)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어떨까?

 

 "역시 물은 흘러야 제맛이지!"

 

자기 연민이 없다는 고양이에게도 나르시즘이란 게 존재할까?

여기에 미소년 고양이 ‘꼬미’가 있다.

이 녀석 요즘 부쩍 개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겨울에는 개울에 얼음이 얼어서 물을 마실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녀석이 마시는 식수원이 이곳 개울물일 정도로

녀석은 자주 개울을 들락거린다.

 

 "이 깨끗한 물 오염시키지 말아주세요!"

 

지난 한달을 돌아보건대 꼬미는 사료를 먹고 나면 개울로 내려가 목을 축이곤 했다.

개울로 내려가 물을 마시는 고양이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여서

나는 종종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과거 봉달이란 녀석이 개울을 영역으로 삼아

종종 개울물을 마시는 모습을 만난 적이 있으나,

다른 고양이가 개울물을 마시는 적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 대모를 비롯해 꼬미와 재미, 소미는

툭하면 개울로 내려와 물을 마시고 있다.

 

 "누군지, 고놈 참 이쁘게도 생겼네..."

 

녀석들이 개울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은 이제 너무 흔한 풍경이 되었다.

그런데 꼬미는 대모나 재미, 소미와 다른 구석이 있었다.

언제나 물을 마시고 나면 한참이나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물속에 노니는 물고기를 구경하는 것일 수도,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냥 놔둬라. 흐르는 강물처럼."

 

왠지 내 느낌으로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마치 나르시즘에 빠진 고양이처럼.

한번은 꼬미 녀석이 물을 마시고 나서

아예 고개를 숙이고 수면 가까이 얼굴을 대고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본 적이 있다.

그건 분명 물속의 자신과 대면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르시즘에 빠진 고양이라니!

 

 "아저씨 어떻게 좀 해봐요. 꼬미가 벌써 5분 넘게 저러고 있어요."

 

어느 일본 동물학자에 따르면,

유인원을 제외한 다른 동물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새들은 거울 속의 자신을 적으로 간주하고,

고양이는 거울 속의 자신을 친구로 여긴다는 말도 있다.

(인간은 왜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도 정작 자신은 돌아보지 않는 것인가)

 

 

그것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도 분명 물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

그것이 설령 물속의 자신이 아니라 물고기일지라도.

오랫동안 물 앞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고양이는 그저 눈물 나게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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