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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3 벽냥이 2 16

벽냥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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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냥이 2

오래 전 길고양이 보고서에서 <벽냥이>를 소개한 적이 있다.
시멘트 담벼락에 뚫린 구멍 속에서 사는 벽냥이.
얼마 전 그 때의 벽냥이와 너무 흡사하게 사는 또다른 벽냥이를 만났다.

이 녀석은 개울가 식당의 2층 옥상,
그러니까 옥상 둘레벽에 뚫린 구멍이 곧 집이었다.
녀석은 아직 어린 아기고양이였는데,
무슨 이유로 아침부터 장작더미 옆에서 우엉우엉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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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 식당 2층 옥상 둘레벽 구멍 속에 사는 벽냥이가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내가 한발짝 앞으로 다가서자 녀석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서둘러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계단을 타고 올라
옥상 둘레벽 구멍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때마침 식당 주인이 바깥으로 나와 몇 마디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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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다 잠깐 뒤돌아보는 벽냥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인가요?”
“그냥 돌아댕기는 들고양이죠 뭐...”
“올라가봐도 될까요?”
“굴 속에 들어가서 안나와요.”
“굴이요?”
“벽에 굴이 뚫려 있어서 거기 산다니까요, 참!”
굴에 사니까 굴냥이라고 해도 상관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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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독립을 해 녀석은 이 옥상 둘레벽 구멍 속을 집으로 삼았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자 녀석은 어두운 굴속에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한참이나 나를 노려보았다.
고 녀석 참...겁은 많아가지고...
“밥은 먹고 다니냐?”
기껏해야 태어난 지 3개월 안팎으로 보이는 녀석은 저렇게 벌써 독립해서
이 옥상의 둘레벽 구멍을 집으로 삼았다.
녀석에겐 이 집이 더없이 안전하고 은밀한 집일 터이지만,
여기서 먹고 사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녀석은 아직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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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길고양이 보고서에서 소개했던 원조 벽냥이. 주택가 담벼락에 뚫린 구멍 속이 녀석이 사는 둥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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