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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04 눈밭에 주저앉아 몸단장하는 고양이 19

눈밭에 주저앉아 몸단장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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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 주저앉아 몸단장하는 고양이

 

내가 보아온 대다수의 길고양이는 눈을 싫어한다.
하지만 길고양이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싫어하는 눈과 친숙해져야만 한다.
싫든 좋든 겨울에는 눈밭을 걸어야 하고,
폭설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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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발 경례 척. "쫄따구 무럭이 눈밭 그루밍 실시~!"

그러나 가끔 눈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 고양이도 있다.
그 속이야 모르겠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눈을 좋아하는 것같은
그런
고양이도 있다.
지금은 고양이별에 있을 봉달이가 그랬고,
요즘에는 이 녀석이 부쩍 눈에 띄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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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션한 게 좋구만!"(이 녀석 뒷발바닥에 하트무늬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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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무럭이다.
무럭이는 무 3남매 중에서도 눈을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그 차가운 눈밭에서도 녀석은 털썩 주저앉아 몸단장까지 한다.
내 숱하게 고양이를 만나 왔어도
눈밭에 주저앉아 그루밍하는 녀석은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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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 눈목욕이라고..."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혹시 눈밭에 미끄러져 창피하니까 그냥 주저앉아 그루밍을 하는 척 하는 건가.
“원래 내가 그루밍하려고 그랬어” 하면서.)
그것도 한참이나 온몸을 구석구석 핥고
내친 김에 뒷발을 뺨에 붙이고 경례까지 부치며 똥꼬 그루밍까지.
눈밭에서 보내는 고양이의 뒷발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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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개운해. 이도 좀 닦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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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어어, 뒤로 한번 넘어가 주시고.
눈밭이니까 넘어져도 푹신하기는 하겠지.
내친 김에 눈밭에 솟은 나무와 나뭇가지를
공연히 툭툭 건드리고 깍깍 씹어보며 시비도 건다.
멀쩡한 깨 그루터기에 이도 쑤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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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살려면 이빨이 젤루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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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눈밭에서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이 녀석 눈밭에서 평상시의 할 일을 다한다.
눈밭을 파헤쳐 볼일을 보는 것까지.
녀석에게는 이번 겨울이 생애 첫 겨울이지만,
겨울을 몇 번이나 넘긴 베테랑 고양이처럼
눈밭에서의 행동이 여간 능숙하지가 않다.
그래 그렇게 즐기면서 이 겨울을 나거라, 무럭아!
그렇게 씩씩하게 이 눈밭을 건너가는 거다.
가끔은 내게 미처 보여주지 못한 개그냥다운 모습도 보여다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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