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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0 티벳의 유일한 외래종교, 옌징 천주교당 8

티벳의 유일한 외래종교, 옌징 천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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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유일한 외래종교, 옌징 천주교당



황토 에움길을 걸어 윗옌징에서 아랫옌징으로 내려가고 있는 두 아이와 어머니. 


옌징은 윈난에서 국경을 지나 티베트에서 만나는 첫 번째 도시다.

해발 3109미터에 자리한 조용하고 서글픈 도시.

옌징은 두 마을로 나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심가를 이룬 아랫옌징에 살고 있다.

여기서 차를 타고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윗옌징이 있다.



윗옌징과 아랫옌징을 이어주는 황토 에움길.


그리고 여기에는 티베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 존재한다.

티베트의 유일한 외래종교이자 유일한 천주교당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천주교당이라고? 그렇다.

티베트에서는 성당을 일러 천주교당이라 부른다.



아랫옌징에서 윗옌징으로 올라오는 길에 바라본 옌징 천주교당 풍경.


약 130여 가구, 600여 명이 사는 윗옌징에는

천주교 신자가 의외로 많아서

약 3분의 1인 200여 명이 성당에 다닌다.

이런 사실은 숱하게 티베트를 여행한 ‘여행 고수’들조차 잘 몰랐던

일종의 미스테리같은 것이다.



입구에서 바라본 옌징 천주교당의 모습.


알다시피 티베트는 ‘라마불교’라 불리는 티베트 불교가 국교라 할 수 있으며,

그 어떤 나라보다 불교에 대한 신봉이 뿌리깊은 곳이다.

이 곳에 천주교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이슬람 국가의 한복판에 교회를 세우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차마고도였다.



티베트 문자와 한자로 적혀 있는 성당 앞의 기도문.


하필이면 교회가 옌징에 들어선 것은 이런 이유가 숨겨져 있다.

이곳이 과거 교역 거점(소금계곡과 마방의 근거지)으로서

외래 문물의 유입이 빈번하게 오갔고,

그러다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래 문물에 대한 반감이 적었기 때문이다.

사실 윗옌징의 성당은 차마고도가 단순한 교역로가 아닌,

종교전파로이자 문명통로의 역할을 동반했다는 가장 극명한 증거이기도 하다.



티베트 사원풍을 따르고 있는 옌징 천주교당의 기둥과 단청 그림.


성당 건물은 외관이나 건물 형식은 물론

벽화나 단청의 무늬까지 티베트 사원풍을 고스란히 따랐다.

건물에 십자가가 걸려 있지 않다면, 그저 사원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만큼

성당의 모습은 티베트 사원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성당 건물에는 분명하게 십자가가 걸려 있고,

입구에는 경전의 문구 대신 주기도문이 적혀 있다.



윗옌징에 서 있는 천주교당 표지판과 보호문물 비석.


이 곳에도 여느 성당의 모습처럼

주말 미사가 있는 날이면 사람들이 어김없이 예배를 보러 오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트리가 내걸린다.

분명 티베트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일 수밖에 없지만,

윗옌징에서는 이것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이다.


윗옌징의 란창강과 강변의 칭거밭과 계곡을 위태롭게 흘러가는 차마고도 옛길의 풍경.


마을의 중심에 성당이 자리해 있을 뿐,

윗옌징의 풍경은 전형적인 티베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진흙으로 지은 집과 당나귀와 말을 키우는 마굿간과

전통의상 ‘반뎬'을 입은 사람들과 계곡에 다랑이진 칭커밭 풍경.

먼지가 풀풀 날리는 황토길과 흙탕물이 흘러가는 란창강과

강물을 향해 오체투지하는 키 작은 나무들과

소금계곡에서 소금을 싣고 오는 마방의 행렬과 장옥이 늘어선 오래된 풍경과

적막함과 느림과 서글픔까지.



옌징을 벗어나 만난 란창강가의 마을과 다랑이밭 풍경.


옌징을 벗어난 황토 에움길은 란창강을 따라 위태롭게 이어진다.

여전히 티베트의 시간은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하지만 나를 태운 덜컹거리는 차는 흙먼지를 날리며

문명의 속도로 순식간에 옌징을 벗어나고 있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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