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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짐승을 토하고 죽는 식물이거나 식물을 토하고 죽는 짐승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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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을 토하고 죽는 식물이거나
식물을 토하고 죽는 짐승이거나

                                                                           김경주




부정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삶이여 내 혐오의 가장이여

그래, 누구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짐승 한 마리 앓다 가는 거지

식물은 자기 안의 짐승을 토하다 가는 거고
인간은 피를 토하고 죽는 것이 아니야
자기 안의 식물을 모두 토하고
가는 거지
(나는 그 극의 이 부분이 수정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 바깥에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말아야 할
참혹 같은 거

부정의 힘으로 식물은 짐승을 앓고 있고
짐승은 식물의 소리로 울고 있지

생이란 부정을 저지르면서
매우 사적인 방식이 되어간다

자기 부정을 수정할 때
열 손가락에서 생겨나는 얼
거짓말의 글쓰기
같은 거,
(채찍이 노예를 만든다)

그래, 우린 아주 다정하게
사적인 방식으로 멀어지고 있지

나는 이제 그 극의 억양을 수정하련다
이 얼은 언어의 옆에서 낭떠러지가 될 것이다


-- 김경주 <기담>(문학과지성사, 2008) 중에서.

* http://gurum.tistory.com/


기담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경주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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