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13 법정스님 마지막 강연회에서 4

법정스님 마지막 강연회에서

|

법정스님 마지막 순회강연에서 “절제의 미덕이 생명의 미덕”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라는 커다란 행성은 태양 주위를 비행하는 하나의 비행선입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 비행선을 타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는 수십억의 승객들이 타고 있어요. 그런데 승객들이 함부로 낭비하고, 더럽히고, 괴롭히기 때문에 언제 이 비행선이 폭발할지 모릅니다. 지구라는 비행선에 과부하가 걸린 겁니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환경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식 생활방식인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악순환 때문에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 전 법정(法頂) 스님의 마지막 순회강연이자 기자간담회에서 스님을 뵌 적이 있다. 알다시피 법정스님은 그 동안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산골에서 화전민이 살던 빈집을 얻어 살아오면서 이따금 길상사 법회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하였다. 워낙에 시끌벅적하고 소란한 것을 싫어하는지라 스님은 강연에 앞서 대중 앞에 이렇게 서는 것이 "내 생애에 마지막 순회강연이 될 것"이라고 짧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무소유>, <텅 빈 충만>, <버리고 떠나기>, <산에는 꽃이 피네> 등 자신의 책에서도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이날 강연에서도 생명과 무소유에 대한 이야기가 강연의 뼈대를 이루었다. 법정스님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소박하고, 어찌 보면 무겁다. 아끼고 욕심부리지 않으며 이 땅에 사는 사람들 개개인이 맑고 향기롭게 사는 것이 곧 위기에 처한 생명과 지구를 구하는 길이란 게 법정스님의 생각인 듯하다.

"문단속보다 마음 단속을 잘 해야 합니다. 한 평의 땅이라도 '이것이 내 것이다' 라고 한 날부터 불행이 시작됩니다. 소유를 하게 되면서 타인을 경계하게 되고, 마음이 불안해지니 돈이 됐건, 가구가 됐건, 명예가 됐건 많이 가지면 많이 가질수록 많이 불행한 것이에요." 스님은 특히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체제란 것이 재생불가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체제로 보고 있다. 자본주의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가 결국 환경을 파괴하고, 문화를 파괴하고, 인권과 생명을 유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만큼 자원은 고갈되고, 생태계는 파괴됩니다. 스스로 맑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꼭 필요한 것만 사서 쓸 줄 알고, 스스로 억제하고 절제할 줄 압니다. 절제의 미덕을 배우려면 적은 것일수록 만족하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당장의 안락함과 편안함은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는 물건을 사고 그것을 써서 버리는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이다. 물건이 낡아서 새것을 사서 쓰는 행위 또한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스님은 그런 당연한 생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자원만큼이나 한정돼 있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이 지구라는 하나밖에 없는 행성은 많은 생명들이 같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공간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물과 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런 우리 주변의 생태계와 환경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이 생태계는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거고, 또 우리가 훼손하지 않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야 합니다. 내일로 미루지 마십시오." 곧 적게 얻고, 적게 쓰는 것이야말로 작은 생명사랑의 실천인 셈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 이기적으로 살고 있다. '나'를 위해 내 주변의 많은 것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하나의 행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남아 있는 게 아닙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만났습니다. 이 만남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 하늘을 보니 별이 영롱하게 빛나는 것이 그게 그렇게 반가워요. 밥을 한 끼 굶더라도 달과 별을 한 번 본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낮 동안 힘들고 지치고 상처받은 우리가 밤에 달과 별을 보는 동안 치유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감사해야 합니다." 덧붙여 스님은 "한 영혼이 맑으면 다른 영혼에게 '메아리'로 전해진다."고 했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메아리'가 되어 커다란 생명 울림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자연이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미한 존재일 뿐이지만, 그 미미한 존재가 자연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스님은 태풍이나 지진, 홍수 같은 자연현상을 지구자정활동으로 보고 있다. 지구인들이 너무 지구를 괴롭히기 때문에 그 괴로움을 털어 버리는 자정활동이 바로 홍수나 태풍이라는 것이다. 커다란 생명인 지구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사람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지구 생태계의 위기 앞에서 지구 사랑을 실천하신 스님의 메아리가 좀더 넓게 퍼져나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맑고 향기롭게 살게 되기를.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지구도 좀더 맑고 향기로운 곳이 될 수 있기를. 새삼 스님의 말을 빌어, 빌어본다.

* http://gurum.tistory.com/

And
prev | 1 | 2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