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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밥주기, 첫번째 손님은 딱새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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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밥주기, 첫 번째 손님 딱새 아가씨

 

12월 들어 날씨가 추워지고 몇 차례 눈이 내리면서
집 주변을 들고나는 새들도 부쩍 많아졌다.

올 초 시골로 이사를 하면서 약 한달간 집 테라스와 마당에 새밥을 준 적이 있다.
당시 박새, 쇠박새, 동고비, 딱새, 직박구리 같은 새들이 수시로 집을 드나들었다.
나는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창밖으로 먹이를 쪼아먹는 새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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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딱새 아가씨가 테라스에 놓아둔 새밥을 쪼아먹고 있다.

순전히 나의 새밥주기는 새들을 위한 것보다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도 나를 위한 새밥주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여긴 새들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겨울에만 여는 한시적인 새 급식소이다.
새들을 위해 내가 내어놓은 것은 기껏해야 묵은 잡곡이다.
잡곡을 한 움큼씩 테라스 난간에 몇 군데 올려놓고
마당 끝 돌너럭 위에도 한 움큼 잡곡을 뿌려놓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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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 앉아 기웃기웃 주변을 살피는 딱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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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것을 먹으러 오는 녀석들을 구경만 하면 되는 거였다.
새밥을 내놓은 지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그동안 어떤 녀석이 다녀갔는지 유심히 살펴본 적은 없다.
수북했던 잡곡이 바닥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숱한 녀석들이 다녀가긴 한 모양이다.
오늘은 모처럼 짬이 나서 한동안 창밖을 구경하기로 했다.
잠시 후 첫 번째 손님이 왔다.
예쁘장하게 생긴 딱새 아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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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하는 내 카메라 소리에 놀라 딱새 아가씨는 급식소를 벗어나 포릉포릉 날아간다.

머리와 가슴이 온통 연한 갈색에 등과 꼬리깃은 짙은 갈색,
흰색 반점이 날개에 있는 것으로 보아 딱새 암컷으로 보였다.
수컷 딱새는 가슴과 배가 짙은 적갈색(햇볕 속에서는 오렌지빛으로 빛난다)이고 이마와 뒷목이 연한 회색인데,
수컷 딱새 녀석 한 마리도 옆집의 과수나무에 앉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딱새 아가씨는 내가 엿보는 줄도 모르고
테라스에 올려놓은 잡곡을 복스럽게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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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인근에서 먹이 급식소 동정을 살피고 있는 또다른 딱새 암컷(위)과 수컷(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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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예뻐서 다급히 카메라를 꺼내 창 너머로 보이는 딱새 아가씨를 몰래 촬영하는데,
이 아가씨 몰래카메라를 눈치 챘는지 아니면 찰칵소리가 너무 컸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포릉포릉 날아가버린다.
또 한 마리의 딱새 아가씨는 마당가 잡풀더미 위에서 이쪽을 보고 있다.
단풍나무 위의 박새 두 마리도 마당 끝 잡곡을 노리고 있다.
나는 그만 카메라를 거두고 자세를 낮춰 녀석들을 살핀다.
또 한 마리의 딱새 아가씨가 테라스로 날아와 앉는다.
박새 2마리는 마당 끝에 내려앉는다.
녀석들은 고 작은 부리로 잡곡을 콕콕 찍어서 잘도 먹는다.
그래그래, 카메라로 찍지 않아도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좋아.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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