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그루밍'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6.30 밥 먹으러 안가냐옹? 42

밥 먹으러 안가냐옹?

|

먹으러 안가냐옹?



 

가만이가 낳은 아기고양이 한 녀석
참 당돌하게 생겼다.

대체로 아기고양이의 눈은 동그랗게 마련인데,
이 녀석은 벌써부터 눈매가 위로 치켜올라간 것이
보기에도 딱 성깔 있게 생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미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아기고양이,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어미를 바라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녀석 내가 논두렁에 사료배달을 하고 지켜보았더니
엄마에게 어서 밥 먹으러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어미 입장에서는 배달부인 내가 너무 가까이 있으니까
새끼의 안전을 위해
내가 조금 더 거리를 두면 올 생각이었겠으나,
어미의 깊은 뜻을 모르는 아기고양이는 다짜고짜 어서 가자고
밥 냄새가 나는데 왜 안가냐고
엄마가 가야 나도 따라갈 게 아니냐고
엄마에게 냥냥 졸라대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냐앙, 냐아앙~ 밥 먹으러 안가냐옹? 어미에게 밥 먹으러 가자고 졸라대는 아기고양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어미가 꿈쩍도 않자 이 녀석 고개를 어미 가슴팍에 바싹 들이대고
냐아앙, 하고 생떼를 부린다.
밥 먹으러 안갈 거냐옹? 하는 소리가 논배미까지 쩌렁쩌렁 울린다.
아이 고 녀석 보채기는, 하면서 어미는
아예 못들은 척 자리에 엎드려버린다.
그러자 애가 탄 아기고양이 녀석 어미 목에 올라타고 시위를 한다.
이래도 안갈 거냐옹?
어미는 그래도 꿈쩍도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못들은척 그 자리에 엎드린 어미의 등을 밟고 밥 시위를 하던 아기고양이, 혼자서 가겠다며 길을 나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놈아 저 사람도 사진 좀 찍어야지
세상은 그렇게 상부상조하면서 사는 거야,
아기고양이는 난 그런 거 몰라, 하면서
급기야 어미 등짝을 박차고 사료를 놓아둔 논두렁으로 혼자 올 태세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 어미 없이 혼자서
성큼성큼 돌담집 뒤란을 건너
돌담을 타넘는다.
그러고는 기어이 혼자서 논두렁 급식소에 도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담을 타 넘고 먹이가 놓인 논두렁에 도착한 아기고양이, 오독오독 사료를 잘도 씹어먹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가 고팠는지, 녀석은 오독오독 잘도 먹는다.
정말 겁도 없고, 당돌한 녀석이다.
혼자서 한참 배를 채우더니
녀석은 별것도 아니네, 하면서 다시 돌담을 넘어 뒤란으로 향한다.
음 그래, 훌륭한 고양이가 되겠는 걸, 하고 나는 또 혼자서 중얼거린다.
겁 많고 경계심이 심한 아기고양이의 모습은 녀석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녀석도 내가 너무 근접했다 싶으면
잰걸음으로 도망을 치긴 한다.
일반적인 아기고양이에 비해 녀석이 너무 용감하고 당돌하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거 아니잖아, 하면서 뒤란으로 돌아가 그루밍을 하고 있는 아기고양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이 녀석아
세상에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귀여워 해주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란다.
이 세상에는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고 작대기를 휘두르는 사람도 많단다.
그러니 아가야
너의 용기는 가상하다만, 아직은 조금 더 몸조심을 해야 할 때란다.
네 엄마가 가지 말라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네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할 때는 해서는 안되는 거야.
알았냐 요 귀여운 말괄냥이야!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And
prev | 1 | 2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