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7번 국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4.28 연어, 7번 국도

연어, 7번 국도

|

 

연어, 7번 국도

                                                                              이용한


 

남대천으로 떠난 내 삶이 1박한 곳은

내게 가혹하게 들이닥친 11월의 바다 한가운데였다

나를 통과한 기억은 밤새

거친 물살을 헤치고 7번 국도를 거슬러 오른다

마치 수만 km를 헤엄쳐 모천 회귀하는 연어처럼,

애당초 떠난 순간부터 나는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벗어나고자 했던 음습한 마을의 골목과

버스와 지하철과 오! 여긴 너무 지긋지긋해, 라는 풍경과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로

도리 없이 나는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나는 잠시 연어~, 하고 몸부림쳤다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추억을 윤회한 연어떼가 지나가고

지나간 사랑의 젖은 입술과 청춘의 월 3만원 짜리 자취방과

어린 날의 정류장에서 삶은 달걀을 손에 쥔 어머니,

그리고 이미 지나갔을 거라고 믿었던 것들이 또 한번 지나간다

사는 동안, 자주 나는 길을 잃곤 하였다

심지어 매일 돌아오는 집 앞에서도,

하긴 어디에서건 길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내 삶은 한겨울 낙산에서 만난 손님 들지 않는 민박집처럼 외로웠다

태풍이라도 닥치면 50미터쯤 휙, 날아갈 것같은 지붕을 견디면서

어느덧 나는 절반의 인생을 건너왔다

절반의 죽음에 다름아닌,

누구나 때로는 원치 않았던 삶을 거슬러 오른다

원치 않았던 눈물과 풍랑과 길떠남과

거듭 미안했어요, 라는 후회

이제 나는 그것을 납득하고자 고개를 끄덕인다

본래 풍경과 세월은 한 몸이며, 추억과 근심도 한 뿌리다

떠남과 돌아옴의 윤회 속을 떠도는 일도

필경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몸바꿈에 다름아닐 터

오늘 밤 나를 따라온 미련들은

안개 속에 내내 휘청거리다 이제서야 잠이 든다

모천의 강바닥에 지친 지느러미를 내리고,

문득 나도 전생처럼 푸른 잠결 속을 가만 뒤척여본다.


-- 시집 <안녕, 후두둑 씨>(실천문학사, 2006) 중에서.

And
prev | 1 | 2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