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고양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5.03 왕초고양이 결국 무지개다리 건너 167

왕초고양이 결국 무지개다리 건너

|

왕초고양이 결국 무지개다리 건너

 

 

2010년 5월 3일 새벽
왕초고양이 바람이 고양이별로 돌아감.

오늘 아침 감자칩 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어제 구름님 다녀가시고 새벽에 바람이 무지개다리 건넜어요.”
마지막 바람이의 모습은 아주 편안해 보였다고.
사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감자칩 님으로부터 바람이가 갈 준비를 하는 것같다고,
아무래도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것같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으로 찍은 바람이 사진. 잘 가라, 바람아!


한동안 주사기로 넣어주는 유동식을 잘도 받아먹더니
이제는 그것을 받아내지도 못하고 자꾸만 토한다고.
숨소리도 잦아들고, 눈도 겨우 뜨고 있다고.
그래서 일요일 오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바람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앙상한 몰골로 쓸쓸하게 누워있는 바람이.
녀석을 무릎에 앉히고, 눈을 맞추자
이 녀석 길게 아웅, 하고 아는체를 합니다.
감자칩 님에 따르면 바람이는 지난 3일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람아” 하고 이름을 불러주자 이 녀석 한번 더
아웅, 하고 가느다란 대답을 합니다.
“신기해요. 며칠 동안 아무 소리도 안내더니...”

지난 주 월요일 퇴원을 한 이후로 바람이는 줄곧 감자칩 님의 돌봄을 받았고,
조금씩 몸이 굳어가며 결국 주사기로 넣어주는 유동식조차 삼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바람이의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고, 평화롭기까지 했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위해 애썼다는 것을
녀석도 아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같았습니다.
한참을 녀석과 눈을 맞추고 있는 동안
녀석은 네댓 번이나 가느다란 사자후를 내뱉으며
길게 울어대곤 했습니다.
바람이도 감자칩 님도 나도 이제는 마지막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아! 마음 편히 갖고...잘 가! 고양이별에 가거든 못다한 꽃구경도 하고...새도 많이 잡고...거기선 발라당도 좀 하고...알았지?”
그렇게 바람이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늘 아침 바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온 겁니다.
“바람이가 구름님 기다렸던 것같아요. 가시곤 많이 편안해졌고, 마지막 숨도 고통없이...그렇게 무지개다리 건넜어요...”
그렇게 바람이는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고통 없이, 원망 없이, 아주 편안하게...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And
prev | 1 | 2 | 3 | 4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