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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6 시인들이 받아적은 독도 사랑 5

시인들이 받아적은 독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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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받아적은 독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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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뉘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을 나누어 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중략)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 도종환, <독도> 중에서


독도는 외롭고, 독도는 눈물겹다.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사는 게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독도를 보면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도종환 시인이 이야기하는 독도는 절절한 역사와 현실과 존재가 뒤엉킨 ‘독도’이자 우리 가슴 속의 눈물겨운 ‘독도’이다. 우리 삶의 구석으로 조용히 밀려난 독도. 어느 날 돌아보면 거기 그대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독도. 이 땅의 느낌표이자 방점이며, 은유이고 상징인…….

최근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 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한 데 이어 노골적으로 독도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고작해야 일본 대사를 일시적으로 불러들인 것밖엔 없다. 이명박 정부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이야기했던가.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미래는 허울일 뿐이다. 21세기 들어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한층 노골적으로 주장해왔고,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소극적이었고 임시방편적이었다.

그러나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내려는 국민적 관심과 독도에 대한 생태/문화적인 학계의 고찰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근래 몇년 사이 여러 문학단체와 수많은 시인들은 독도에 입도해 ‘독도’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고, 독도에 대한 시집도 발간했다. 왜 그토록 많은 시인들이 독도에 갔으며, 왜 그들이 그토록 아프게 독도를 받아적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그곳에 아프고 외롭게 존재하는 ‘독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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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부르짖은 투사처럼
파도소리 하나로
우리의 정신을 깨우는 독도여
다가올 미래 앞에 홀로 선 독도여
터놓고 얘기할 곳 없어
그동안 하늘만 보았느냐
나도 하늘을 보고서야
내 마음에도 독도 하나 있는 걸 알았다

-- 천양희, <독도에 대한 생각> 중에서


내 조상의 담낭
독도

네 오랜 담즙으로
나는 온갖 파도의 삶을 살았다

저 기우뚱거리는 자오선을 넘어 살아왔다

독도
너로 하여
너로 하여
이 배타적 황홀은 차라리 쓰디쓰구나

-- 고은, <독도> 중에서


시인 천양희는 독도를 통해 나태하고 무관심했던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어쩌면 독도가 외로운 것은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떠 있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무관심했기 때문이며, 지금의 현실과 미래 앞에서도 홀로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반면 고은 시인은 독도를 ‘내 조상의 담낭’이자 ‘내 조국의 고독’으로 이야기한다. ‘배타적 수역’에서 기인한 ‘배타적 황홀’은 독도의 고독을 더하고 있다. 이런 독도에 대한 생각은 젊은 시인 박정대에게도 ‘고독의 행성’으로 비쳐진다.

깊은 대낮이야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은 대낮에도 추억의 유성들이 날아와 폭발하며 터지는 고독의 행성이야, 솔리티드 솔라리스야, 이 아득한 행성에서 나는 단 하나의 희망처럼 기원처럼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독도야

-- 박정대, <독도에게> 중에서


그는 거창하게 애국심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독도의 존재성과 그 안에서 발견한 ‘단 하나의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대답 없는 독도에서 시인은 고독한 추억의 행성을 보고 있다. 시인 장석주 또한 이런 독도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선보이고 있다.

너는 바다 한가운데서 응고한 음악이다
너는 바다 한가운데 펼쳐진 책이다
너는 바다가 피운 두 송이의 꽃봉오리다
너는 바다가 낳은 알이다
너의 눈동자에서 하늘이 나오고
너의 심장에서 파도가 나오고
너의 발가락에서 괭이갈매기가 날아오른다

--장석주, <독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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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지나친 목적성은 도리어 시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최근의 시인들이 쓴 독도에 대한 시편들은 지나치게 ‘목적성’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예술적인 미학성을 획득하고 있다.

우리나라 섬 3188개
내 평생 돌고 돈 섬
천 개중
독도가 제1호라면
두미도는 천 번째 섬
고독한 섬들의 문패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1번지
우편번호 799-805
“여보세요, 여긴 한국 독도인데, 누구시죠?”
꽥꽥 갈매기 소리

-- 이생진, <여보세요-독도>


시인 이생진의 <여보세요-독도>에서도 굳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말 대신 “여보세요, 여긴 한국 독도인데, 누구시죠?”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이생진 시인은 ‘섬의 시인’으로 불릴만큼 섬에 대한 시를 많이 쓴 시인이다. 그런 시인이 “내 평생 돌고 돈 섬/천 개중”에 “독도가 제1호”라고 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하지 않다면, 막연한 애국심을 아무리 강요해도 결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지금 독도에게 중요한 것은 매스컴의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다. 우리 스스로 독도를 마음에 품고 사는 것. 그것이 실효적 지배보다 더 중요할지도…….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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