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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4 산삼, 속이고 속는 비밀거래 15

산삼, 속이고 속는 비밀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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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속이고 속는 비밀거래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는 삼은 정확한 값을 정할 수가 없는데, 이는 중간상에서 자신들이 확보한 고객들에게 삼을 은밀하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또 상품성과 크기에 따라 싯가가 다르고, 보는 사람에 따라 상품성(색깔과 겉모양)의 가치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끔은 삼이 커두요, 질을 본다구. 자유당 시절만 해두 윗분덜한테 상납하느라 삼이 많이 나갔쥬. 군인덜두 옛날에는 진급하려고 삼을 많이 사갔어요. 시방은 값이 웂으니 뭐. 옛날 같으면 좋은 삼 하나 만나면 논 사고, 밭 사구 다 샀다구.” 홍천에 사는 심마니 김영재 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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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 사는 홍종덕 심마니가 캔 20년생 사구 산삼. 심마니협회 정품인증서가 붙어 있다.

그러나 굳이 삼 가격을 매기자면 크고 오래 묵은 삼의 경우 푼당 50만원, 무게가 예닐곱 돈 짜리는 푼당 30만원, 두세 돈 짜리는 푼당 10만원 정도 간다고 한다. 옛날에 비해 삼값이 훨씬 싸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먹는 것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이 삼값이다. 그러나 이를 중간상에 넘길 경우 본래의 삼값 가운데 반값밖에는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150년 된 삼의 경우 일곱 돈 정도의 무게라면 직접 고객에게 팔 때는 3천만원 정도이지만 중간상에게는 1천5백만원에 넘기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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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산삼 대상 유OO 씨가 도난을 우려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나중에 본인이 쓴 <꾼>이라는 책에 단독 공개했던 600여년 년조로 추정되는 천종 육구 쌍대. 이 정도 산삼이면 부르는 게 값이다.

중간상은 크게 대상과 소상으로 나뉘는데, 소상의 숫자는 워낙 많아 추정할 수가 없고, 대상은 약 30여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심마니협회에 따르면 심마니의 생활이 어려운 것은 전적으로 대상들이 이득을 많이 챙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에게도 잘 알려진 상인(대상)들은 서울 사는 안 모씨, 유 모씨, 구 모씨, 이 모씨, 원주에 추 모씨, 원통에 손 모씨, 김 모씨 정도가 누구나 알아주는 대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들 대상들과 소상들이 될 수 있는대로 삼을 싸게 사다가 비싸게 팔아먹거나 아예 장뇌를 진종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더더욱 이들에게 속는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가진 단골 손님이 아니라 어쩌다 꼭 필요해서 사는 일반인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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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 내면에서 캤다는 300여 년 된 산삼.

사실 산삼이란 것이 워낙에 비싼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구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만난 10여 명의 심마니들 이야기에 따르면, 아직도 산삼의 주된 소비층은 대기업 회장과 장관급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구입하는 고객들은 그네들이 아니라 그네들의 밑에서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뇌물용이라는 거다. 하긴 산삼만큼 좋은 뇌물도 없다. 앉은자리에서 받아먹고 입 쓱 닦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들 있는 분들을 빼면 운동선수나 병자들이 주로 산삼을 찾는다. 김영재 씨의 경우 병자들에겐 특별히 싸게 산삼을 넘겨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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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 캔 장뇌삼. 전문가가 아니면 산삼과 구분할 수가 없다. 이런 장뇌삼을 산삼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덜한테는 좀 못 생긴 삼 있죠, 왜. 그런 걸 싸게 넘겨요. 그렇다고 그게 약이 안 되는 건 아니거든.” 하지만 요즘 하도 가짜가 판을 치는지라 아예 함께 산에 올라 삼을 보여 주고 그 자리에서 파는 경우도 많다. “삼은 속이구는 못 팔어. 삼 사는 사람덜이 결국엔 잘 아는 사람덜한테 보이고 먹거든. 몇 천만원씩 하는데, 그걸 그냥 갖다 먹고 앉았겠어요. 내가 50여 년을 삼 팔았어두 하나뚜 빠꾸맞은 건 없었어.” 그럼에도 속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속이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 글: 이용한(dall-lee) 사진: 심병우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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