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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7 장독대는 시골고양이 휴게소 22

장독대는 시골고양이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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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아기고양이 휴게소




돌담집 나무더미에 둥지를 차렸던 가만이는
최근에 둥지를 장독대로 옮겼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장독대와 맞닿은 헛간 지붕 틈새가 되겠다.
돌담집 헛간채는 지붕이 양철지붕으로 되어 있는데,
아기고양이들은 비가 오거나 다급한 상황이 되면
이곳의 지붕 틈새로 몸을 숨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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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가 별건가요. 이렇게 그늘에 앉아 쉬면 피서죠."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어미인 가만이도 네 마리의 새끼도
대부분의 시간을 장독대 그늘에서 보낸다.
사실 요즘같은 불볕더위에 그것도 한낮의 뙈약볕이 내리쬘 때
양철지붕 속에 머문다는 것은 이열치열 불가마 찜질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마 30분만 들어가 있어도 저절로 찜질이 되고 말 것이다.
고양이라고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니 한낮에는 장독대 그늘에 머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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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도 자고, 장난도 치고... 음 사료도 기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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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흘 넘게 가만이네 식구들은 줄곧 장독대에 머물렀다.
거기서 낮잠도 자고, 그루밍도 하고, 장난도 쳤다.
그것은 보기에도 좋았다.
장독대 그늘에 아기고양이가 앉아서 느긋하게 꼬리를 쓰다듬는 풍경이라니.
고양이는 장독대와 묘하게도 잘 어울렸다.
부드러운 항아리의 곡선과 고양이의 리드미컬한 자태는
제법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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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와 고양이 묘하게 잘 어울리죠? 맨 뒤에 카오스 녀석도 앉아 있는데, 너무 완벽한 위장술로 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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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이네 아이 중 카오스 녀석은 그 자체로 항아리 빛깔이어서
항아리 사이에 앉아 있으면 저절로 위장이 되었다.
장독대에서는 굳이 위장술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녀석은 다른 아이들보다 부쩍
장독 뚜껑 위에 올라가 앉아 있곤 했다.
우스갯소리로 장독대에 올라간 고양이는 용서해도,
장독대에 올라간 개는 용서하지 않는다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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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슬 산책이나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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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제법 편안해 보였다.
장독대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제법 그럴 듯해 보였다.
고양이에게 ‘평화’라는 단어는 이럴 때 써야 할 것만 같았다.
장독대는 시골고양이들의 느긋한 휴게소이다.
고양이와 장독대가 어울린 풍경은
도심에서 쉽사리 만날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어차피 장독대라는 것이 어머니 혹은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그리움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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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빛깔을 닮은 두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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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아 수풀이 우거진 장독대는
그래서 더욱 쓸쓸하기만 하다.
내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도
고양이는 장독대 위에 무던히도 올라가 있었던 것같다.
그 고양이들 고양이별에서도 장독대를 노리고 있을 거다.
사실 가만이가 처음 아기고양이들을 데리고 장독대로 왔을 때만 해도
장독대 앞에는 강아지풀과 쑥대가 우거져 접근이 쉽지 않았다.
길가에서 내가 장독대를 구경해도
녀석들은 별로 개의치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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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심심해! 장난이나 좀 쳐볼까...살금살금 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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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의 아기고양이들은 내가 보는 앞에서
낮잠도 자고, 장난도 치고, 나의 동정을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어떤 녀석은 장독대 앞의 수풀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바꼭질을 했고,
그 속에 엎드려 어미를 기다리기도 했다.
우거진 수풀로 인해 장독대는 안전지대가 되었고,
바닥보다 높은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장독대는 전망대 노릇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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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수? 사료는 거기 두고 가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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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며칠 전 돌담집 주인은
이곳의 우거진 수풀을 낫으로 깎아버렸다.
늘 장독대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했던 것이지만,
엄폐물이 사라진 아기고양이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녀석들은 장독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도리어 녀석들은 돌담집 앞의 연탄더미 위나
뒤란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래저래 아기고양이를 돌봐야 하는 가만이 입장에서는
더없이 안전하고 은밀했던 축사가 못내 그리울 것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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