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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뽀 간사이, 그녀가 걸어간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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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뽀 간사이, 그녀가 걸어간 발자국
- 전소연,『가만히 거닐다』(북노마드, 2009)



여행에도 속도가 있다. 삶의 속도처럼 그것은 여행자의 자세와 관계 깊다. 여기 한 여자가 있고, 그녀는 시간의 여백 속을 걷고 있다. 그녀는 길 위의 시간과 풍경의 질감이 보여주는 어떤 언어들을 카메라로 받아적는다.

내가 아는한 그녀는 사진으로 말을 거는 여자다.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티양Teeyang’으로 부르는 그녀는 산문집 『패스포트Passport』의 사진작업에 참여했고, 그동안 「시차적응」, 「빛의 유목」, 「Passport Project No.1」, 「앨리스 증후군」 등의 사진전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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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는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으로 『가만히 거닐다』를 출간했다. 그녀는 말한다. '지구에 와서 건진 건 우연히 카메라를 손에 쥔 것이다' 라고. 그녀가 카메라를 손에 쥐고 걸어간 곳은 일본의 간사이 지역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녀의 ‘산뽀 간사이’에 대한 책이다.

교토 오사카 나라…… 일본의 간사이는 호젓하고 여유로워 여행자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떠나 왔으나 떠나지 않은 마음,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듯한 풍경, 처음 본 사람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그리고 여기까지 도망쳐왔지만 끝내 떨치지 못한 당신. 간사이는 여행자를 매료시키고 여행자는 간사이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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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를 산책한다는 것은 여행자로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일상과 여행 사이의 간소한 자극을 경험하는 것이고 일상을 여행처럼 즐길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가만히 거닐었다.

"무엇보다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혹은 종아리가 터질 듯이 단단해지도록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것이 무척 맘에 들었다. 그곳이 아닌 여기에 왔으니 이것은 봐야지 하며 의무감으로 돌아다니는 여행은 왠지 ‘나이도 먹을 만치 먹었으니 아무 말 말고 만나 봐야지’하며 부모님이 전화번호 쥐어주시는 소개팅을 하는 것 같았다." - <일상적인 여행의 매력>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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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여행은 트래킹보다 산책이 어울리고, 떠남보다는 머묾이 가깝다. 그녀는 호젓하게 떠나서 느림보처럼 돌아온다. 마치 그것은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올라가는 시간여행이기도 하고, 이미 왔던 ‘당신’에게서 아직 오지 않은 ‘당신’에게로 걸어가는 내면의 길이기도 하다. 누구든지 마음속에 당신이 하나쯤 있다. 십년 전의 당신이던, 열흘 전의 당신이던 그 모든 당신들은 기억될 자격이 있고 나는 그들을 추억할 이유가 있다. 당신에게도 ‘당신’이라 불릴 누군가가 아직 있다면 그리고 기억하고픈 시간과 공간이 기억 속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면 이 책을 집어 들고 긴 여행을 떠나볼 일이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누군가와 마음을 다해 만날 때면 「사귄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산다」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너를 산다” 그 말이 그렇게 근사할 수 없었다. 그 어떤 표현보다 진하게 들리는 「너를 산다」는 것은 어쩌면 여기가 아닌 그곳을 사는 여행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도시에 가서 사는 것. 긴 호흡으로 사는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짧은 여행이더라도 일상적인 여행으로 여행의 방식을 바꾸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한동안 그곳에 살았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 - <사이를 선택한 이유>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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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녀의 사진을 두고 ‘발의 고혹’이라고 표현했다. 걷는 자의 질감이 그 안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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