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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8 족발집 고양이 만복이의 하루 35

족발집 고양이 만복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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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집 고양이 만복이의 하루

 

 

부산의 한 곱창골목이 끝나는 곳의 작은 족발집.

저녁이면 족발집 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이름은 만복이.

길고양이 출신 집고양이.

 

 

녀석은 족발집이 문을 여는 저녁시간에 맞춰

어슬렁어슬렁 집안에서 나온다.

집 앞에 앉아 그루밍도 하고, 발라당도 하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만복이 나왔네’ 하면

‘냐앙~’하고 대답까지 한다.

이 골목에 사는 사람치고 만복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술 취한 아저씨도 ‘만복아!’ 하고 지나가고

짐보따리를 안고 가는 아줌마도 ‘만복이 여기서 뭐해!’ 하면서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만복이는 아는체를 한다.

심지어 처음 보는 내가 다가가

‘만복아!’ 하고 불러도 녀석은 넉살좋게 ‘냐앙’ 하고 대답한다.

다만 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할 수는 있지만,

만지려고만 하면 달아난다.

 

 

녀석은 그야말로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고양이다.

이왕 나온 김에 녀석은 골목을 한바퀴 순찰하고

더러 자기 영역을 침범한 고양이를 멀찌감치 쫓아내기도 한다.

한번은 여기서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잡화점에서 밥을 얻어먹는

길고양이가 이곳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보기좋게 잡화점까지 쫓겨나기도 했다.

 

 

 

만복이가 사는 곱창골목은 내가 만난 그 어떤 지역보다도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었다.

잡화점에서 길고양이를 위해 밥그릇을 내놓는 것은 물론

갈비와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 아줌마는

밤마다 사료 두 그릇을 트럭 아래 주고 있었다.

며칠동안 그곳에서 나는 아기고양이 세 마리와 성묘 세 마리 정도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만복이네 집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곱창집에서도 테이블 옆에

사료가 담긴 길고양이 밥그릇이 있었고,

술집에서조차 간판 옆에 사료 한그릇, 물 한그릇이 놓여 있었다.

또다른 곱창집 한 군데는 만복이처럼 외출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녀석은 곱창을 먹으러 온 손님들 사이를 스스럼없이 돌아다녔다.

으슥한 뒷골목에서도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을 여러 곳에서 보았다.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위해 밥을 내놓는 곳은 이제껏 만난 적이 없다.

 

 

곱창골목에서 만난 한 식당주인은 고양이가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여기는 식당이 많으니까. 쥐가 많았어요. 쥐가 곱창이나 음식재료 갉아먹으면 손해가 막심하죠. 그러다보니 식당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게 된 거예요. 밥을 먹으러 고양이가 오니까, 쥐도 함께 사라지더라고요. 또 여기는 새벽에 음식쓰레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전에는 고양이가 그거 다 헤쳐놓고 그랬는데, 밥을 주니까 그러지 않더라고요.”

이래저래 사람도 좋고, 고양이도 좋은

상부상조, 공존공생의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는 부산의 먹을거리 취재차 이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숙소 바로 앞이 만복이네 족발집이었다.

그리고 만복이를 통해 곱창골목의 무수한 고양이와 사람들도 만났다.

내가 머무는 4박5일 동안 나는 매일같이 만복이를 만났다.

하루는 이른 아침 숙소 앞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만복이었다.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발라당으로 아침 인사를 대신했다.

 

 

자정 무렵이 되면 족발집은 문을 닫음과 동시에 만복이를 불러 안으로 들이곤 했는데,

이 녀석 어제는 밤문화를 즐기느라 집에 못들어간 게 분명했다.

어쩐지 어젯밤 술집 골목을 어슬렁거리더라니.

내가 만복이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었더니,

앞집 구멍가게 아줌마 하는 말.

“하이고, 만복이 너 또 외박했구나?” 그런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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