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1.10 참새는 왜 참새일까 8

참새는 왜 참새일까

|


참새는 왜 참새일까

 


몽골 홉스굴에서 만난 이른 아침의 참새.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중이다. 아기 참새 '찌꾸'가 생각난다.

 

옛날 참새가 소 등에 올라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 고기 열 점이 내 고기 한 점만 하겠냐”

참새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는 우스갯소리다.

실제로 어린시절에 참새 고기를 화롯불에 구워먹어본 나로서는

이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산도의 착한 참새. 그냥 내가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참새 고기가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날것으로의 참새,

자연과 생태계의 일원으로서의 참새에 대한 얘기다.

이를테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치듯

나 또한 참새를 보면 그냥 못지나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랄까.



청산도에서 만난 참새. 전깃줄에 앉아 '짹짹' 참새소리를 내고 있다.

 

옛날부터 나는 참새는 왜 참새일까, 가 늘 궁금했었다.

참새는 왜 참새일까?

보통 ‘참’자가 붙는 이름은 ‘眞, 진짜-오리지널’의 뜻을 담고 있다.

참깨, 참나무, 참나물, 참매미, 참외, 참조기, 참치 등등이 그런것처럼

이름으로 보자면 참새야말로 새 중의 진짜 새인 것이다.



마라도 한 민박집 앞 우편함에 올라앉은 참새 한 마리. 봄소식이라도 기다리는 걸까.

 

물론 ‘참’이라는 의미는 ‘진짜’라는 뜻 외에도

‘가장 흔한 것’,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의 뜻도 담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참새는 가장 흔하게 만나는 새이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새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참새를 작(雀)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참새가 ‘작작’ 운다고 붙인 이름일 것이다.

우리가 참새를 ‘짹짹’ 운다고 하는 것과 같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만난 국토 최남단 참새.

 

독일의 한 생태학자는 참새 한 마리의 경제적 가치를

약 180만원으로 보았는데,

이는 참새의 정서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가 보태진 가격이다.

참새떼 10마리만 모여도 거의 2천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물론 새라는 것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경제적 가치보다도

사람에게 주는 정서적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몽골 무릉에서 만난 살이 통통한 참새.

 

과거 중국에서는 모택동 시절에 참새가 벼의 낱알을 먹는다는 이유로

전국적인 참새잡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듬해 엄청난 해충이 생겨나

도리어 쌀 수확량이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참새의 환경적 가치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참새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 이상으로 이로움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양철지붕에 비스듬히 올라앉은 참새. 무얼 저렇게 열심히 보는 걸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새가 참새이지만,

국어사전에는 참새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참새는 몸길이 14cm 안팎이고, 부리는 검으며,

몸빛깔은 다갈색에 배는 회백색을 띠는 새로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텃새에 속한다.”



지붕 위의 참새 두 마리. 한 마리가 오들오들 추위에 떨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참새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참새가 왜 참새인지, 참새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참새가 왜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지,

조류학자들조차 집 앞의 참새는 놔두고

깊은 산속의 천연기념물이나 바닷가의 철새만 찾아다니고 있는 게

사실이고, 현실이다.



인사동 입구에서 만난 참새. 도시 참새는 확실히 시골 참새보다 마르고 윤기가 없어 보인다.

 

너무 흔해서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참새.

그러나 속담에서처럼 “참새는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

묵묵히 자연계에서 제 할일을 다하는 게 참새다.

언제나 세금을 축내며 거짓말만 일삼는 건 위정자들이다.

이제껏 농민과 농작물에 피해를 준 것도 참새보다는 위정자들이 더 심했다.

두루미나 맹금류처럼 주목받지 못해도

참새는 오늘도 참새로써 참새만한 참새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And
prev | 1 | 2 | 3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