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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냥 놔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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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냥 놔두세요


 

얼마 전이었다.
마을회관 앞에서 우연히 파란대문집 할머니를 만났다.
파란대문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쉬크한 달타냥이 사는 집이다.
“고양이 집에 있어요?”
“아침밥 먹구 나가서 없어유.”
“요새 잘 안보이던데요?”
“몰라유. 맨날 아침밥만 먹으면 어딜 그래 쏘다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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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타냥을 보지 못한 것이 어느덧 20여 일은 된 듯하다.
일부러 녀석을 만나러 발걸음을 한 것이 서너 번쯤 되는데,
그 때마다 헛걸음을 했다.
“근데, 우리집 고양이 방송에다 올맀어유?”
아마도 지난 초가을 블로그에 올린 <할머니 따라 마실 가는 고양이>를 말하는 듯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을마 전에 케비슨가 어디서 나왔다구 하면서 고양이를 막 찍어가드라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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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가을 KBS와 SBS의 동물 프로그램에서
내게 접촉을 시도한 적이 있긴 했다.
그러나 나는 협조할 수 없노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주소를 알고 찾아온 것이다.
방송의 생리라는 것이 그렇다.
화젯거리 혹은 흥밋거리로만 고양이에게 접근할 게 뻔하고,
고양이와 할머니에게 이래라 저래라 귀찮게 굴 것이 당연했다.
나로서는 공연히 방송에 협조해서 동네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이구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와서는 고양이한테 일루와 절루가 하구. 나한테도 막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유. 근데 고양이가 오란다구 오나유 어디. 하랜다구 하나유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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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염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고양이는 어떤 동물보다도 교감을 필요로 한다.
교감이나 연대감도 없이 무조건 들이닥쳐 이래라 저래라 해봤자
그걸 따라할 리 만무하다.
사실 달타냥의 경우야 몇 번의 만남만으로 나와 친해졌지만,
다른 고양이의 경우 적게는 한달, 길게는 3개월을 꾸준히 사료를 주고 얼굴을 익혀야
비로소 근거리의 접근을 허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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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그 사람덜 을매나 사람을 귀찮게 하는지... 이르케 저르케 사진(카메라)을 찍구는 그냥 간다는 거유.”
아마도 그들은 달타냥이 할머니를 따라 마실 가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철수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된다는 얘기도 없이 그냥 갔어요?”
“그렇쥬 뭐. 어뜨케 되는 건지. 노인네를 귀찮게 해 놓구서는...”
한 동네 사는 내가 다 미안해졌다.
“고양이가 많이 놀랬겠는데요?”
“모르쥬 뭐 놀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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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놀랐겠는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소리를 질러가며 ‘일루와 절루가’ 했으니.
예전에 <절름발이 길고양이의 하루>를 비롯해 <단풍 구경 나온 길고양이>, <소지랑물 마시는 축사고양이> 등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도
여러 방송사와 케이블 TV에서
소개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온 적이 있다.
그 때마다 나는 고양이와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교감도 없이 촬영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단호히 거절을 해왔다.
다시 한번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제발 그냥 놔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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