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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21 하늘에서 본 티베트: 환생의 언덕 8
하늘에서 본 티베트: 환생의 언덕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
신들의 언덕이고, 신의 거주지인 티베트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신의 언어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건 신성한 상징이었고,
대부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공가 공항 인근 얄룽창포의 옥가루를 뿌린 듯한 강줄기.
하늘에서 내려다본 티베트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까마득한 전생처럼 아득했다.
해발 5000미터 산자락 아래 둥지를 튼 마을은
한 점 종교처럼 빛났고,
사원으로 이어진 실낱같은 길 위에서
보이지 않는 당나귀는 자꾸만 카릉거렸다.
현실계와 환생계에 걸친 듯
구름은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가리고 있었다.
땅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희끗희끗 산자락에 덮인 눈이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붓다의 '보호의 눈'은 사방천지에서
신들의 영역을 굽어보았다.
어디에나 신은 깃들어 있었다.
심지어 계곡의 곱향나무와
길가의 돌무더기에게도.
누군가는 티베트를 일러 '세계의 지붕'이라 했고,
누군가는 '신들의 땅'이라 했다.
내게는 티베트가 '순진한 지구'이자 '세계의 변두리'였으며,
'기표의 고원'이자 '환생의 유목지'로 보였다.
티베트에서 나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위험한 문명통로인 차마고도를 따라
오랜 동안 떠돌았고,
오랜 동안 감격했으며,
오랜 동안 눈물겨웠다.
만년설로 뒤덮인 산자락 아래 옥빛으로 빛나는 빙하호수가 보인다(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길다는 얄룽대협곡이 설산 아래 펼쳐진다(아래).
차마고도---!
실크로드보다 오래된 문명통로였고,
가혹한 말의 길이자 향긋한 차의 길이었던
그곳에서 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지층연대'를 경험했다.
우리와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
티베트 동남부의 협곡과 장쾌하게 펼쳐진 첩첩한 산자락 풍경.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희박한 사람들이
가장 고요하게 내 앞을 걸어갔다.
그들은 마치 외계의 번잡한 도시에서 온 우리들과는
애당초 경쟁할 마음조차 없다는 듯
느긋하고, 답답할 정도로 무심하게
환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티베트의 아프고 서러운 현대사와 상관없이
그들은 너무나 선량한
지구인의 모습이었고,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유목민의 모습이었다.
처음에 나는 윈난의 샹그리라에서
육로를 통해 내내 차마고도를 따라갔다.
그러나 올 때는 그 길을 하늘길로 넘어왔다.
땅에서 본 티베트와 하늘에서 본 티베트 사이에는
엄청난 풍경의 거리가 있었지만,
그 거리의 어떤 간극이나 간격만큼 나는 더 외로워졌다.
단지 나는 티베트를 여행한 것일 뿐,
티베트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나는
죽어서도 다시 티베트를 여행해야 하리라.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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