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루앙프라방 외곽의 한적한 사원에서 만난 올블랙 고양이는 사원을 지키는 수문장 고양이다. 이 녀석이 정말로 수문장 노릇을 하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사원에 들어섰을 때 이 녀석은 출입문 바로 앞에서 마치 통행세라도 받겠다는 듯 꼿꼿한 자세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루앙프라방 외곽의 조용하고 한적한 사원.
내가 통행세를 주지 않자 녀석은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녔다. 사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계단 앞의 사천왕상 앞에서도 녀석은 계속해서 얼쩡거렸다.
법당 앞 사천왕상 앞에서 '메롱' 하고 있는 수문장 고양이(위). 계단 앞을 순찰 중인가 했더니 내 앞에서 계속 알짱거리고 있는 거다(아래).
아랑곳없이 나는 법당 안으로 들어가 가볍게 불공을 드리고 나왔는데, 이 녀석 그 새 다른 사람에게 치근덕거리고 있었다. 유럽에서 온 한 여성 여행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통행세를 받으려는 게다.
여행자가 뜸하자 법당 앞에서 한가롭게 그루밍을 하고 있는 고양이(위). "혹시 자네 통행세를 냈던가? 요즘 통 정신이 없어서..."(아래).
가만 보니, 이 녀석 수문장 고양이로서는 근무태만에 직무유기다. 만날 여행자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며 냥냥거리는 것이 수문장 고양이는 커녕 가이드 고양이에 가깝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 원래 본업이 가이드 고양이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