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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4 고양이, 이별 뒤에 오는 것들 (71)

고양이, 이별 뒤에 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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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별 뒤에 오는 것들

 

 

우리 동네 마당고양이 삼월이는 지난 6월 중순 다섯 마리의 어여쁜 아기고양이를 출산했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에야 나는 삼월이의 아기고양이와 첫 대면을 했는데, 놀라운 것은 아기고양이 중에 달타냥을 꼭 닮은 녀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녀석을 보자마자 나는 달타냥의 2세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녀석들에게 사료와 간식을 갖다 바쳤다. 녀석들도 내가 나타나면 맛있는 것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는 나를 열렬히 환영하곤 했다.

 

"아저씨! 우리 아가들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나에겐 한 가지 계획이 있었다. 달타냥을 닮은 아기고양이를 보는 순간, 달타냥이 살던 파란대문집 할머니가 생각난 것이다. 달타냥이 고양이별로 떠났을 때, 할머니는 나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었다. 독거노인으로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니, 이젠 고양이 없이는 못 살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언젠가 할머니에게 아기고양이를 입양시켜 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삼월이네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저 위에 고양이 키우던 할머니 아시죠? 할머니가 집에 고양이 좀 키웠으면 하던데, 여기 이 아이를 할머니에게 보내면 안될까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녀석은 바로 달타냥을 닮은 바로 그 녀석이었다.

 

한 발로 아기고양이를 끌어안은 채 젖을 먹이던 삼월이(위). 엄마의 꽁무니만 졸졸졸 따라다니던 녀석들(아래).

 

할아버지는 긍정도 부정도 없이 “아이구, 할머니가유?” 그러고 마는 거였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할아버지를 만나 혹시 할머니에게 얘기해 봤느냐고 여쭈었다. “아이구, 그 할머닌 가쥬간다더니 또 안가쥬간대, 참내!”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거였다. 지난 복날에 마을회관에서 잔치가 있어서 간 김에 할머니에게 고양이 이야기를 꺼낸 모양이다. 그런데 주변에 있던 이웃 할머니들이 “고양이를 왜 또 키우려고 하느냐!”며 지청구를 놓은 모양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나오니 할머니로서는 선뜻 가져간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할아버지는 그 말만 듣고 할머니를 탓한 것이다.

 

달타냥을 닮아서 내가 달타냥이 살던 집 할머니에게 입양을 추진했던 크림색 아기고양이(위). 풀잎을 바라보던 고등어무늬 아기고양이(아래).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할머니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속마음은 나에게 울먹이며 하던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어쨌든 나의 계획은 엉뚱하게 틀어지고 있었다. 장마가 막 끝나고 며칠 반짝 해가 나던 어느 날이었다. 이런 볕 좋은 날에 삼월이네 아이들을 찍은 적이 없어서 나는 서둘러 삼월이네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꼬물거리며 달려 나와야 할 아기고양이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거였다. 뒤늦게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뒤란에서 삼월이가 걸어왔다. 녀석의 걸음은 왠지 기운이 빠져 있었다.

 

비가 와도 늘 장난스럽게 마당을 돌아다니던 녀석들.

 

마침 할아버지를 마당에서 만나 “새끼들 어디 갔어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자꾸만 대답을 회피하더니 “멀리 갔어유?” 그러는 거였다. 어디를 갔느냐고 한번 더 물어보았지만, 할아버지는 묵묵부답 장화를 신고 나가버렸다. 현관에 나와 있던 할머니에게 나는 같은 질문을 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저기 해외루 갔어유.” 그러는 거였다. “해외요?” 내가 다시 묻자 “저기 어디루다 갔어유.” 그러는 거였다. “죽지는 않은 거죠?” “안 죽었어유.” 할머니는 귀찮다는 듯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혼자서 쓸쓸하게 집안을 돌아다니는 삼월이.

 

바로 엊그제까지도 내 앞에서 꼬물거리며 냐앙거리던 녀석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었던 걸까.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것들을 다 키울 수두 없구. 우리 애들이 버리지는 말라구 하구. 그러니 이를 어째유?” 아마도 할아버지는 더 늦기 전에 새끼들을 어디론가 보내버렸거나 팔아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할아버지가 아기고양이를 어디다 내다버릴 분은 아니다. 시골에는 가끔 동네에 아기고양이를 사러 오는 장사치들이 있다. 이렇게 사간 고양이는 시장의 가축전에서 팔려나가곤 한다. 가끔 시장에는 쥐잡이용으로 쓸 고양이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길들이기에 편한 아기고양이를 사가는 것이다. 나도 장날에 여러 번 가축전에 나온 아기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문제는 가축전에서 팔리지 않고 성묘가 된 고양이의 상당수는 ‘건강원’ 등에 ‘개소주’용으로 팔려간다는 거다.

 

둑방에 올라 한참이나 큰길 쪽을 바라보는 삼월이.

 

결국 삼월이만 딱하게 됐다. 한꺼번에 다섯 마리의 아기고양이를 다 잃어버렸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그래서 그런지 삼월이의 표정은 내내 침울했다.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내가 내민 캔을 앉은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긴 했지만, 녀석은 예전처럼 나에게 다가와 살갑게 굴지도 않았고, 내 앞에서 발라당도 하지 않았다. 녀석은 내 앞에 앉아서 그저 고개만 기웃거렸다. 그러다 무슨 일인지 큰길에 나와 먼 곳을 한참이나 쳐다보곤 했다. 길 건너 둑방에 올라가서도 한참이나 큰길을 내려다보았다. 아마도 저 길로 아기고양이가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정 들자 이별이라고. 나 또한 마음이 썰렁하기만 했다. 모든 이별은 아픈 것이지만, 어미와 새끼의 생이별은 더 아픈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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