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으는 슈퍼맨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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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나비처럼 날아서

 

 

전원주택 마당에 팔랑팔랑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갑자기 전원고양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비를 본다.

특히 묘생의 첫 번째 봄을 맞이한 소냥시대 아이들은

호기심이 부풀대로 부풀어서

나비가 그냥 날아다니는 꼴을 못보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갑자기 전원주택 마당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나비를 잡으려는 마당 나비들의 대소동.

나비가 앵초꽃밭 쪽으로 날아가자 네댓 마리의 마당 나비도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간다.

나비가 칸나꽃밭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녀석들도 덩달아 방향을 바꾸어 달려간다.

처음에는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니며 탐색전을 벌이던 마당 나비들도

더는 못참겠다는 듯 나비처럼 날기 시작했다.

나비가 이쪽으로 날면 이쪽에서 풀쩍,

나비가 저쪽으로 날면 저쪽에서 부웅,

하지만 좀처럼 마당 나비가 공중 나비의 날램을 따라가지 못한다.

 

 

닿을듯 닿을듯, 잡힐듯 잡힐듯 하다가도

나비는 어느 새 마당 나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유유히 공중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어디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딱 그짝이었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마당 나비들은 몸이 달아서

이제 거의 집단 히스테리 반응까지 보였다.

캬르르 캭캭 채터링을 단체로 하는가 하면,

양쪽에서 함께 뛰어올랐다가 서로 부딪쳐 나동그라지고

멋지고 우아하게 공중 점프를 했지만,

떨어질 땐 모양 없게 철푸덕 배때지로 착지하는 것도 예사였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슈퍼맨처럼 한손을 쭉 뻗어서

나비의 10센티미터 앞에서 보기 좋게 철푸덕 떨어졌다.

거의 10분에 가까운 나비소동은 나비가 훨훨 전원주택 마당을 벗어나면서

허무하게 끝이 났다.

바라만 보던 마당 나비들은 입맛만 다셨다.

공연히 과격하게 그루밍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이제 전원주택에서는 늙은 고양이 축에 드는 금순이 할머니냥은

구석에서 손주 고양이들의 나비 재롱을 심란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봄날의 시간도 팔랑팔랑 나비처럼 날아가는 어느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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