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엣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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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 고양이



언젠가 길고양이의 실루엣을 찍은 적이 있다.
담장 위에 올라 먼 하늘을 응시하던 고양이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떤 고양이는 골목 끝에 단정하게 앉아서
무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자세를 취했다.
오지 않은 미래의
오지 않을 평화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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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고양이는 햇볕을 등지고 천천히 나에게로 걸어왔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그림자가 성큼성큼
나에게로 오는 것만 같았다.
낱낱의 수염마저 역광 속에서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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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실루엣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그것은 단순하지만,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고양이만의 기묘한 선의 굴곡,
무언가를 잔뜩 감추고 있는 듯한 검은 단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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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는 텅 빈 하늘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고양이의 실루엣이
커다란 의문부호처럼 보였다.
?=고양이
그 때부터 나는 고양이의 실루엣이 ?를 닮았다고 여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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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욱 그것을 이해한다는 게 곤혹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고양이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이해했다고 하는 순간, 고양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곤 한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건,
고양이에 관한한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만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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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지식과 상식 또한
수많은 연구와 책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것은 괄호이거나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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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옛날 유럽에서는 고양이가 날아다니는 유령이거나 악마의 하수인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에 마녀사냥과 함께 가장 많이 희생당한 동물도 고양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고양이는 영감의 전령사로,
예술가의 친구로 존중받는 자리에 당당히 올라섰다.
물론 우리나라는 예외지만.
고양이는 조금씩 베일 속을 걸어나와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다.

* 고양이가 나에게로 왔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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