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당 종결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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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당 종결묘: 눈밭에서도

 

 

이제껏 내가 만난 고양이 가운데

최고의 발라당을 선보인 고양이를 꼽으라면

단연 발라당계의 지존이었던 ‘봉달이’일 것이다.

봉달이는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

지금 살아있는 고양이 가운데 최고의 발라당 고양이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 녀석이지 싶다.

 

"눈이 많이 내려 온통 눈밭이긴 하지만, 지금부터 제 발라당을 보여드릴게요."

 

덩달이.

봉달이와 단짝이었던 덩달이 녀석은

과거에 봉달이와 함께 다닐 때만 해도

발라당에 능한 고양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녀석의 발라당은 조금씩 수위가 높아지더니

어느새 발라당의 고수가 되었다.

 

"눈밭이라고 발라당을 못할 건 없죠."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는 증거가 뭐요?” 하고 반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말이 필요 없이

덩달이가 눈밭에서 발라당을 하는 사진을 한 50컷쯤 보여줄 의향이 있다.

오늘은 그중 맛뵈기로 10여 컷만 선보이기로 한다.

사실 무수한 고양이가 발라당을 하곤 하지만,

그 모든 고양이가 눈밭에서 발라당을 하지는 않는다.

 

"이참에 눈목욕도 하고..."

"묵은 때도 좀 씻고..."

 

대부분의 고양이는 눈을 싫어해서 눈밭에 뒹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그러나 덩달이만큼은 그냥 맨바닥에서 하듯이

눈밭에서도 개의치않고 발라당을 한다.

가히 발라당 종결묘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바닥이 좀 차갑긴 하지만..."

"그런대로 푹신해서 괜찮아요."

 

지난 가을동안 철창에 갇혀 있어야만 했던 덩달이는

그동안 못한 발라당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듯

최근에 나와 대여섯 차례 만나는 동안

수없이 많은 발라당을 했다.

그것도 대부분 눈밭에서.

 

"슬라이딩도 맘대로 할 수 있고..."

 

어떤 날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도 눈밭에서 발라당을 했고,

어떤 날은 온몸에 눈을 묻히면서 눈목욕을 하듯 발라당을 했다.

그렇다. 눈목욕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녀석이 발라당을 하는 모습을 볼라치면

눈목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몸에 묻은 눈이야 털어내면 그만이죠."

 

녀석은 고개를 먼저 눈밭에 들이대고 비비다가

점점 자세를 낮춰 온몸을 눈밭에 맡기고

수없이 뒤집뒤집한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온몸은 눈에 묻어서

설묘가 따로 없다.

 

"하지만 아직 어린 고양이는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내가 말린다고 그만둘 녀석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주머니에서 사료를 꺼내는 중에도

녀석은 여전히 눈밭에서 뒹굴고 있다.

마치 과거의 발라당의 지존이었던 봉달이와 접신이라도 한듯

녀석의 발라당은 현란하고 능청스럽기 짝이 없다.

정말 눈(雪)물겨운 발라당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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