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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3 조선시대의 봄을 만나다 (14)

조선시대의 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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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에서 ‘조선의 봄’을 만나다



낙안읍성 성곽 아래 핀 겹홍매화.


봄은 ‘보다’의 명사형, 즉 보는 계절이다.

푸슬한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과

나뭇가지마다 움트는 여린 잎이며, 꽃을 보는 계절.

이맘때 한발 앞서 봄을 만나려면

한껏 남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성곽에 올라 바라본 초가집과 낙안벌의 아침 풍경.


오는 봄을 보자고 나는 다섯 시간 넘게 길을 달려

한밤중 낙안읍성 인근에 짐을 풀었다.

싱숭생숭한 낙안의 봄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읍성으로 들어가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매향(梅香)이 풍겨온다.



초가집 돌담에 피어난 매화나무에 아침부터 벌들이 날아든다.


성곽 아래 벌써 겹홍매화가 활짝 피어서

붉고 진한 매향을 풍기고 있었다.

한참을 겹홍매화 구경에 빠져 있다가

천천히 읍성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낙안읍성은 이번이 다섯 번째 여행이지만,

꽃 피는 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가집을 뒤로 하고 피어난 백매화.


봄꽃 여행 하면, 다들

섬진강을 낀 매화마을이나 산수유마을을 첫손에 꼽지만,

낙안읍성의 꽃구경도 그에 못지 않다.

도리어 매화며 산수유는 섬진강 자락보다 일찍 피어

낙안읍성의 봄이 그곳보다 한발 앞선다.

더욱이 이곳의 봄은 읍성의 초가와 어울려

마치 300년 전쯤으로 돌아간 듯 옛멋을 풍긴다.



낙안읍성 성곽 주변에 피어난 겹홍매화(위)와 막 벙글어 터진 겹홍매화 꽃망울(아래).


낙안읍성의 봄꽃은 매화마을이나 산수유마을처럼 군락을 이루어 피지 않지만,

그곳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일부러 조성하지 않아도 읍성의 매화며 산수유는

돌담과 초가와 어우러지고

이곳의 삶과 생활 속에서 피어난다.



초가집 사이 텃밭에서 이제 막 꽃망울이 터진 산수유꽃.


더욱이 초가집 돌담에 피어난 한 그루 매화는

그 자체로 감동적인 풍경이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텃밭에서는 산수유가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사립문에 기댄 동백은 이제 꽃송이를 떨군다.



낙안읍성 짚풀장이 노인.


매화나무마다 직박구리가 울어대고

초가지붕에는 낙곡을 쪼아먹는 참새떼가 몰려다니고,

초가집 마당에서 개들은 봄잠에 빠져 있고,

새끼 냥이 몇 마리는 아예 초가지붕을 이불 삼아 늘어지게 한숨 자고 있는

이 소박하고 정겨운 낙안읍성의 봄 풍경을 보라!



초가집 마당 빨랫줄에 걸린 오징어(위)와 채반에 말리고 있는 홍합(아래).


본래 낙안읍성은 민속마을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동내리와 서내리, 남내리를 두루 아우르는 성안마을인 이 곳에는

조선시대의 성과 동헌, 장터와 초가들이 옛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다.

애당초 이 곳의 성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14세기에 쌓았으며,

처음 토성이었던 것을 300년 뒤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하면서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지게의 짚끈을 손보고 있는 풍경.


현재 성안팎에서는 모두 190여 채의 초가를 볼 수 있는데,

거개가 남부지방의 一자형 건물로 되어 있으며,

서민이 살았던 공간인 만큼 아담한 규모에 높지 않은 돌담을 두르고 있다.

여기에는 양규철 초가를 비롯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초가만도 8채에 이른다.



초가집 마당에서 봄잠에 빠진 백구 두 마리.


낙안읍성에서는 성벽에 올라 올망졸망 모여앉은

초가촌의 아름다움을 굽어보는 것도 좋지만,

구석구석 골목을 따라가며 옛집의 속내를 살피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초가집 지붕에 올라 나른하고 푹신한 잠에 빠진 고양이들.


거기에는 황토와 막돌을 쌓아올린

돌흙담 벽체의 질박한 멋이 깃들어 있고,

막돌로만 쌓아올린 돌담의 정겨운 풍경과

원추형으로 보듬어 놓은 짚가리의 살가운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성곽에서 바라본 낙안읍성의 초가집 풍경.


초가 지붕으로 비가림을 한 옛 우물과

아무런 꾸밈도 없는 원두막,

돌담에 잇대어 네모난 죽담을 두르고 짚이엉을 얹은 장독대,

쪼갠 대나무를 문짝 없이 꿰어맞춘 소박한 사립문은 물론

옛날 농기구를 만들고 벼리던 대장간과

온갖 짚풀도구를 만들어내는 짚풀장이,

삼베를 짜는 베장이도 낙안읍성에서 만날 수 있다.



성곽을 따라 걷는 봄날 아침의 상춘객들.


무엇보다 봄이면 이런 풍경들이

돌담이나 텃밭, 뒤란에 피어난 매화꽃이며 산수유꽃과 어울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

조선시대의 봄을 만나는 듯

곰살갑고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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