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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8 김제동과 오마이텐트가 찾은 살둔, 어떤 곳일까 (4)

김제동과 오마이텐트가 찾은 살둔,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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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오마이텐트가 찾은 살둔, 어떤 곳일까



김제동이 MC를 맡은 <오마이텐트>가 찾은 첫 촬영지는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흔히 살둔으로 불리는 곳이다. 내린천 상류의 청정지역이자 오지에 자리한 마을.

내린천에 가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천변을 따라 살둔으로 가는 31번 국도는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큰일 나는 길이다. 물론 이 길은 한눈 팔지 않고만 간다면 더없이 환상적인 길이 된다. 내린천을 거슬러 살둔에 다녀온 것은 그동안 다섯 번이나 된다. 이곳에는 10년 전에 없던 도로가 지금은 31번 국도와 56번 국도를 연결해 놓았다. 그 바람에 살둔에 가기는 훨씬 쉬워졌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던 내린천 최상류 계곡은 허리가 잘리고 등뼈가 부러졌다. 계곡이 망가지면서 내린천 상류에 숨겨져 있던 자연에 대한 비의도 사라져버렸다. 왜 사람들은 아름다운 곳들을 그냥 두지 않고, 기어이 거기에 길을 내고야 마는 것인지. 하긴 그 길을 정복자처럼 달려온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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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마니아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통하는 살둔에서 문암동까지 이어진 20리 산중 비포장길.

그렇게 당하고도 내린천은 아직도 이 땅의 가장 천연한 물길로 남아 있다. 단순하게도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과 인제군 기린면을 거쳐 흐른다고 각각 ‘내’와 ‘린’을 빌려와 생긴 이름이다. 내가 만난 어떤 사람은 내린천 이름이 맘에 든다고 딸 이름도 아예 ‘내린’으로 지었다. 내린아, 하고 딸을 부를 때마다 그의 귓가엔 내린천 청량한 물소리가 쏴아, 하고 쏟아지리라. 내린천이 또다른 지천과 어우러지는 살둔에는 푸른 녹음과 물소리에 폭 파묻힌 살둔산장이 있다. 좀 다닌다 하는 풍류객들이라면 한번씩은 일 삼아 다녀가는 곳이다. 살둔산장은 일부러 거칠고 투박하게 지은 집이다. 기둥이며 서까래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썼다. 이 집을 지은 목수는 너무 곱게 다듬어놓으면 주변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 세련되고 튀는 집이 될 것을 염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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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면 산다'는 뜻을 지닌 살둔의 명물, 살둔산장.

본래 ‘살둔’이란 땅이름은 ‘이 곳에 오면 산다’는 뜻으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당시에도 난리를 겪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여 한 사람의 사상자도 없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옛날 세조 집권을 반대하여 단종 복위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일부가 훗날을 기약하며 내린천을 거슬러 올라 이 곳 살둔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지리적으로는 홍천군 내면 광원리와 인제군 상남면의 경계, 즉 내린천 상류와 계방천 하류가 만나는 접점에 자리잡고 있으며, 북으로는 원시의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개인산과 방태산이, 남동쪽과 남서쪽으로는 석화산과 맹현봉이 살둔을 에워싼 모양이다. <정감록>에는 ‘삼둔 사가리’라 하여 살둔 근방의 일곱 곳을 일러 ‘피난지소’로 기록하였는데, 삼둔은 바로 홍천군 내면에 있는 살둔, 월둔, 달둔이고, 사가리는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있는 적가리(곁가리라고도 함), 아침가리(조경동), 연가리, 명지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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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천 최상류에 속하는 문암골 청정계곡의 풍경.

살둔의 행적구역은 홍천군 내면 율전리. 율전리에는 트레킹 마니아들 사이에 가장 아름다운 길로 통하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살둔에서 문암동까지 이어지는 20여리 비포장길이 바로 그곳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적막하고, 변함없이 덜컹거리는 길. 이 길은 걸으면서 찬찬히 길의 탄력을 느껴야 제격인 길이다. 봄에는 봄꽃길이 되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진 운치있는 길이 되며,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길이 되는 곳. 물소리 새소리 말고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강산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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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둔과 같은 행정구역에 속하는 문암동의 100년된 교회(위)와 오래된 투방집의 부엌 풍경(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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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상 홍천군 내면 율전리 문암동에는 채 열 가구도 살지 않지만, 마을 중간에는 교회까지 있다. 그것도 100여 년의 역사가 깃든 교회다. 문암교회는 오랜 풍우에 낡은 만큼 주변의 풍경과 행복하게 어울려 있다. 요즘의 교회건물처럼 뾰족한 첨탑이 하늘을 찌르지도 않고, 그 건물이 커서 위압감을 주지도 않는다. 아담하고 소박하게 자연으로 들어가 있다. 뒤로는 산이고, 앞에는 밭이다.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어 누구라도 와서 낮잠을 자고 가도 괜찮다. 밭갈이가 늦은 교회 앞 너른 밭에는 잡풀과 꽃다지가 우거졌다. 그 푸른 잡풀 너머로 하얀색과 주황색이 어울린 교회 건물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이 곳의 종교성은 교회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둘러싼 산과 들에 있는 듯하다. 산과 밭, 나무와 꽃이 교리이고 성자인 것이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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