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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7 '지구의 끝'에서 만난 사슴의 천국 (7)

'지구의 끝'에서 만난 사슴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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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끝'에서 만난 사슴의 천국



이른 아침 샤리마을 공터에 어미 사슴이 새끼 사슴을 데리고 나타났다.


홋카이도의 시레토코는 아이누어로 ‘지구의 끝’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시레토코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샤리 마을은 지구의 끝자락 마을인 셈이다.

이곳(시레토코)은 지난 200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일본의 떠오르는 생태 여행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내가 보는 앞에서도 어미 사슴은 귀여운 새끼 사슴의 귀를 핥아주는 모성을 보여준다.


밤 늦게 샤리 마을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산책을 하는데,

내 눈앞에 TV에서나 보았던 ‘동물의 왕국’같은 거짓말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눈앞에서 사슴이 버젓이 풀을 뜯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홋카이도 전역에서 터살이를 하고 있는 홋카이도 사슴이었다.

어미 사슴과 새끼 사슴 한 마리.

어미 사슴이 새끼 사슴을 데리고 나온 게 분명했다.


어미 사슴이 풀을 뜯는 동안에도 새끼 사슴은 자꾸만 어미쪽을 돌아본다.


조심스럽게 10여 미터 가까이 접근을 해도

사슴은 그저 귀만 쫑긋 세울 뿐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마디로 이 곳의 사슴은 사람 무서운 줄을 모른다.

그만큼 이 곳 사람들이 사슴에게 무서운 짓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런 행복한 풍경은 이튿날 아침에도 똑같이 되풀이되었다.

이번에는 숙소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여섯 마리의 홋카이도 사슴이 나타나 풀을 뜯고 있었다.



처음 보는 녀석이 앞에 서 있자, 새끼 사슴은 "쟤 누구야?" 하고 어미 사슴에게 묻는다.


녀석들은 버젓이 차가 다니는 도로를 무단횡단해

기념품 가게와 해산물 식당을 차례로 지나

천천히 마을 공터의 풀밭으로 내려갔다.

녀석들은 거리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에도 아랑곳없이

늘 그래왔다는 듯,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듯

여유만만하게 공터에서 아침 식사를 즐겼다.


어미 사슴은 말한다. "신경 쓰지마. 이상한 녀석이니까." 그러면서 두 모녀는 다시 풀을 뜯기 시작한다.


용기를 내어 내가 5미터쯤 가까이 다가가도

사슴은 아랑곳없이 즈이들끼리 도란도란 아침 식사를 즐겼다.

한참이나 녀석들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숙소 뒤편 야산에도 10여 마리의 사슴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도 숙소 앞에서 6마리의 사슴을 만났다. 2마리는 뒤에서 떨어져 느긋하게 따라온다.


도대체 이런 행복한 풍경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곳의 사슴들은 숫제 샤리 마을을 자기네 마을로 여기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마을과 자동차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하긴 이곳의 사람들 또한 사슴의 출몰에 놀라지도 않았고,

사슴이 거리를 지나갈 때면,

자동차는 느긋하게 녀석들이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사슴만 보면 사슴피와 녹용부터 떠올리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었다.



여섯 마리의 무리는 각자 흩어져 마을 앞 숲속에서 풀을 뜯는다. 무리 중 한 마리가 "쟨 왜 저렇게 귀찮게 따라다녀!" 하면서 풀을 뜯는다.


그러나 이곳에도 나름대로 고충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레토코에서는

홋카이도 사슴이 이미 적정 수를 넘어 개체수 조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슴의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사슴이 자꾸만 민가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사슴이 민가에 내려와 피해를 입히거나 사슴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마다 3미터 높이의 울타리를 칠 계획도 이미 세워놓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슴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란다.

참나, 도대체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복한 비명이 아닌가.


또 다른 사슴도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이왕 찍는거 사진빨 잘 나오게 찍어줘!" 하면서 흘끔흘끔 나를 쳐다본다.


어쨌든 지금 내 눈에는 샤리 마을이란 곳이

사람과 사슴이 행복하게 어울려 사는 이상향처럼 보일 뿐이다.

상상해 보라. 길을 건너려고 건널목에서 기다리는데,

저쪽편에서 대여섯 마리의 사슴이 무단횡단하는 풍경을...

이러다가 사람과 사슴이 서로 반갑다고 통성명이라도 하는 날이 올지도.



사슴의 천국. 지구의 끝에 자리한 샤리마을의 고충은 현재 사슴이 너무 많아 개체수 조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샤리 마을을 벗어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홋카이도 사슴은 야산에서, 거리에서, 계곡에서

곳곳에서 출몰하였다.

내가 하루 동안에 만난 사슴만 해도 30여 마리가 넘을 정도였다.

하긴 인간이 이곳에 마을을 이루어 정착하기 이전부터

이곳은 본래 사슴의 영역이 아니었던가.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 스크랩:: http://blog.daum.net/bink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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