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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2 엄마는 떠나고 아기고양이 혼자서 (26)

엄마는 떠나고 아기고양이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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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는 떠나고 아기고양이 혼자서


 

찬바람이 붑니다.
낙엽은 지고, 논자락과 개울에도 서리가 내렸습니다.
축사가 철거되면서 돌담집에 둥지를 틀었던
가만이는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약 한달 전부터 보이지 않는 것이
아마도 영역을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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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

그 즈음 여울이도 함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함께 영역을 떠났거나
각자 다른 곳으로 갔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영역을 옮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동안 가만이가 낳았던 카오스 녀석은 이곳을 지키다
차량정비소 쪽으로 영역을 옮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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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숨바꼭질 하자고 숨은 걸까?"

그곳에는 과거 축사고양이였던 소리가 사는 곳인데,
최근에 이곳에서 둘이 함께 다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이제 돌담집에는 여리가 낳은
꼬리 짧은 아기노랑이 혼자만 남았습니다.
이따금 대모와 미랑이가 찾아오긴 하지만,
이곳의 영역은 이제 아기노랑이 혼자만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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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못찾겠다 꾀꼬리' 어서 나와요. 못찾겠어요."

약 한달 전 여리와 아기노랑이가 숨바꼭질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여리는 지붕 위에 숨어서
아기노랑이를 골탕먹이더니
이제는 영영 아기고양이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아기노랑이는 너무 꽁꽁 숨어버린
어미를 여적지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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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날씨도 춥고..무섭단 말예요."

약 열흘 전에도 도로에 나와 냐앙~냐앙~ 울더니
엊그제도 논두렁길 풀섶에서 서럽게 울고만 있었습니다.
아직 독립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너무 여린 아기고양이.
만지면 부서질 것만 같은 이 아기고양이를 두고
여리는 왜 이곳을 떠난 걸까요?
겨울이 닥쳤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안정적으로 먹이가 공급되는 이곳을 약하디 약한 아기노랑이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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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한대로 착한 고양이로 살게요. 돌아오세요 제발."

그동안 녀석들에게 언제나 풍족하다 싶을 정도로 사료를 배달해 왔는데,
대여섯 마리쯤은 이곳에 살아도 될 정도로
사료를 배달해 왔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요?
아무튼 여리는 이곳을 떠나 거의 한달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꼬리 짧은 아기노랑이도 거의 보름쯤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걱정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냥 그렇게 잠시 자취를 감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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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밥 투정도 안하고, 귀찮게 꼬리 장난도 안 칠게요. 돌아만 오세요 제발."

누군가는 여리가 발정이 나서 잠시 다른 곳을 떠도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새끼를 배어 출산을 하기 위해 잠시 둥지를 옮긴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분명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기고양이를 낳고 나면 다시금 이곳에 여리가 나타나
예전처럼 아기노랑이와 함께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찌됐든 지금 이곳에는 아기노랑이 혼자만 남아서
논으로 밭으로 도로에서 뒤란에서 ‘엄마, 엄마~’ 하면서 울고 있습니다.
“아가야 엄마를 찾더라도 먹어가면서 찾아야지.
배가 불러야 엄마를 찾을 수 있단다.“
그런 기원으로 나는 듬뿍 사료를 내려놓고 옵니다.
여전히 바람이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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