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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6 차마고도의 작고 외로운 사원들 (7)

차마고도의 작고 외로운 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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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의 소박한 사원들: 자연에 파묻힌 종교


티베트에서는 마을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사원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상 과거의 티베트에서는 사원이 곧 마을이고, 마을이 곧 사원이었다. 그동안 티베트의 사원은 여러 차례 피해를 입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고 식민지화시킨 1950년대 초반은 물론이고, 극렬한 독립투쟁이 있었던 초창기 라사봉기(1959년) 때에도 수많은 사원이 파괴되었다. 마지막으로 60년대 후반 문화혁명기 때 중국은 또 한번 대대적인 티베트 사원 파괴를 일삼았다. 중국은 사원에 다이나마이트를 설치해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사원을 철거시켰는데, 폭파 이전에 사원에 있던 문화재는 중국으로 대량 유출시켰다. 사원을 파괴하면서 티베트에서는 종교활동 또한 금지되었는데, 이 때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수많은 지도층 승려들이 다른 나라로 망명하였고, 일반 승려들은 강제로 환속을 당하고 말았다.


도라사원 법당 책상에 놓인 토르마(제물용 음식)와 잉크병.


중국에서 다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 것은 1984년이며, 티베트 내 사원이 복원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라고 보면 맞다. 그러나 종교가 생활이고, 생활이 곧 종교인 티베트인들은 종교활동 금지기간인 20여 년 동안에도 대부분 티베트 불교에서 일탈하지 않았다. 종교활동을 인정한 1984년 이후 티베트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상처럼 사원으로 나와 오체투지를 하고, 코라를 돌고, 예배를 드렸다. 사실 중국이 티베트의 모든 도시를 중국화시키고, 한족을 이주시켜 상권을 장악한 지금도 티베트인들의 생활이자 운명인 종교만큼은 중국화시킬 수가 없었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의 정신이고, 티베트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티베트는 중국이 아닌 것이다.


1. 웨이서 사원: 망캄의 중심



마니라캉 옆에서 활짝 웃는 스님들.


망캄 시내 한복판에는 겔룩파 사원인 웨이서(維色)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망캄 시가지가 중국화되면서 티베트다운 면모를 많이 상실했지만, 웨이서 사원만은 중국화에 물들지 않았다. 뜨거운 한낮에도 순례자들은 끊임없이 대법당을 몇 바퀴씩 돌아 법당 안으로 들어간다. 사원은 어른들에게는 기도와 순례의 장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는 사실상 놀이터 이상의 의미가 없다.


코라를 도는 순례자들(위)과 사원 앞의 장난꾸러기 아이들(아래).


웨이서 사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어디서 났는지 물총을 가지고 2층 회랑에 올라 법당으로 향하는 순례객들을 향해 물총질 장난을 치며 논다. 이 녀석들, 어찌나 짓궂고 극성맞은지 내가 카메라로 법당과 순례객을 찍는 것을 발견하자 우르르 몰려와서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법석이다. 안 찍어주면 찍어줄 때까지 앞을 가로막고 촬영을 방해한다. 결국 녀석들에게 나는 몇 컷 찍어주고 검사까지 받고서야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2. 도라사원: 사원의 난장이 스님들



도라사원의 일주문.


도라사원은 팍쇼 가는 길에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마니석(경전을 적어넣은 돌)과 야크뿔을 잔뜩 쌓아놓은 마니단(마니 만달)이 있는데, 뿔이 달린 야크의 해골뼈에는 마니석에 적어놓은 것처럼 ‘옴마니밧메훔’과 같은 경문을 적어놓았다. 티베트에서는 종종 대문 위나 지붕을 야크뿔로 장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아마도 이는 잡귀를 쫓으려는 민간신앙에서 비롯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니단 뒤쪽에는 마니차 순례길과 쵸르텐이 있고, 마당을 건너면  크고 오래된 마니차를 보관한 마니라캉이 있다. 마니라캉에는 원색의 붉은색으로 칠한 마니차가 천장에 걸려 있는데, 붉은색과 어울린 용그림이 눈길을 끈다.


도라사원 마니단의 경전이 적힌 야크뿔.


도라사원의 법당은 전망이 좋은 언덕에 자리해 있다. 법당 앞에서 만난 스님은 두 명의 난장이 스님이다. 나를 보더니 법당 뒤로 숨어버린 스님도 난장이 스님이고 보니, 사원에는 난장이 스님이 유난히 많아 보였다. 저리 스님(22)과 뎀바 스님(23). 이들은 사원에 나타난 외국인 손님이 낯설고 처음인 듯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며 이야기를 시켜도 자꾸만 뒤돌아서곤 했다. 그러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는 허리춤에 찬 상징메달도 보여주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우리의 십이지간지 동물을 빼곡하게 그려넣은 만물영생 상징물이었다. 이들도 우리처럼 십이지간지를 똑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도라사원에서 만난 한 순례자.


법당의 단청은 다양한 원색 채색과 금색 치장을 했다. 법당 안쪽도 벽은 노란색으로 칠해 눈이 부셨고, 천장은 붉은 기둥과 파란 서까래가 한눈에 들어왔다. 본존불은 석가모니불이고, 그 앞에는 낡은 북이 한 채 걸려 있다. 불단 양쪽에는 불경이 잔뜩 쌓여 있고, 불단 앞의 앉은뱅이 책상 위에는 붉은 물감을 칠한 토르마(짬파를 야크버터에 개어 동그랗게 만든 것으로 ‘부처에게 바치는 제물용 음식’)와 잉크병이 놓여 있었다. 한참 동안 사원을 구경하고 법당을 나서자 두 분의 난장이 스님과 비구니 스님들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내 눈에는 그들이 만족할만한 삶을 누리는 것같지 않아 보였지만, 그들의 미소는 너무나 흡족한 것이었다.


3. 숙덴사원: 눈부신 폐허



뒤로는 만년설 설봉이 펼쳐져 있고, 앞에는 유채밭이 펼쳐진 숙덴사원 풍경.


라웍 마을(인구 2000여 명)은 팍쇼에서 90km 거리에 있다. 마을 앞을 둥그렇게 휘돌아 나가는 응안쵸는 주변을 둘러싼 설산 봉우리로 인해 어느 쪽에서 바라보든 인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응안쵸 호숫가는 늪지와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데, 호수를 배경으로 무리지어 풀을 뜯는 야크떼도 만날 수 있다. 마을과 응안쵸 사이에는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숙덴 사원이 있다. 대법당은 거의 폐허가 다 되었고, 호수 쪽으로 한발 나앉은 쵸르텐만 멀쩡하다.



폐허가 되었을지언정 멀리서 바라보는 숙덴 사원의 풍경은 그지없이 아름답다. 사원 앞에는 노란 유채밭이 펼쳐져 있고, 유채밭 가는 길가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꽃들이 씨를 뿌려놓은 듯 다닥다닥 피어 있다. 이 꽃밭은 마을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놀이터가 되고, 운동장이 되어 준다. 폐허가 다 되었어도 사원은 사원인지라 숙덴 사원 쵸르텐에는 이따금씩 순례자들이 찾아와 마니차를 돌리며 탑돌이를 한다.



호수가 보이는 자리에 들어선 숙덴사원의 쵸르텐.


4. 도둥사원: 스님들의 불경 외우기-배젠신주



도둥사원 스님들이 법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포미를 벗어나 약 4km쯤 산길을 타고 오르면 도둥 사원을 만날 수 있다. 때마침 도둥 사원은 1년에 한번, 일주일 동안 불경을 외우는 ‘배젠신주’ 기간이었다. 이 기간에는 오로지 불경을 외우는 데 모든 시간을 바친다. 스님들이 불경을 외우는 동안  주방스님은 빈 찻잔을 찾아 돌아다니며 일일이 차를 따라준다. 수유차다. 배젠신주 기간 동안 주방스님은 거의 하루종일 차를 끓이고 가져와 따라주는 게 일이다.


도둥사원의 순례자들(위)과 법당 앞의 촛불(아래).


도둥 사원은 게사르 왕에 대한 벽화로 유명한 사원이다. 게사르는 티베트의 전설적인 영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실존 인물이 아닌 지어낸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영웅이다. 티베트의 <게사르 왕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긴 영웅 서사시로도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가 사람과 사람을 건너 시대와 시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보태져 오늘날과 같은 방대한 양의 이야기로 탄생하였다. 이야기는 고원의 나라 ‘링’에 마귀가 창궐하자 하느님의 아들 게사르가 링으로 내려와 중생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도둥 사원은 800년 전에 지어진 사원이지만, 중국의 문화혁명 기간(60년대 후반)에 파괴되었다가 25년 전 다시 복원되었다.


5. 라마링 사원: 남근상이 인상적인 사원



라마링 사원에서 만난 두 스님.


빠이에서 30km 떨어진 곳에 라마링 사원이 있다. 라마링 사원은 티베트 불교 최초의 종파인 닝마파 종정 두쫌 링포체가 기거하던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하게도 라마링 사원에는 법당 가는 길에 적나라하게 나무로 조각된 남근상이 세워져 있다. 이러한 남근상은 드락숨쵸의 쪼종사원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티베트가 불교를 받아들이기 이전 무속적인 뵌교와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롯된 민간신앙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이 곳의 남근상은 우리의 남근상에 비해 훨씬 노골적으로 남근을 표현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라마링 사원의 적나라한 남근상(위)과 법당 가는 길의 소박한 풍경(아래).


그러나 남근상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은 법당에 이르러 실망으로 바뀌어버렸다. 8각 지붕을 인 법당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티베트의 다른 법당과는 달리 중국식 건물로 지어져 그리 정감이 가지 않았다. 물론 이런 중국식 껍데기가 사원의 내부나 스님들까지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특이하게도 사원 곳곳에는 산양이 순한 모습으로 엎드려 있다. 순례자들이 만져도 눈을 꿈뻑꿈뻑 할뿐 도망가지 않는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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