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다 죽여야 한다"는 말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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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다 죽여야 한다"는 말 황당하다


어제 <눈밭에서 눈장난치는 길고양이> 기사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눈밭에서 뛰어노는 고양이가 하도 ‘이뻐서’ 거의 1시간을
녀석이 하는 모양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녀석이 다 놀았다는 듯 차밑으로 들어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가져온 고양이 사료가 있어 조금 덜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지켜보고 있는데,
“거 좀 일어나시오.” 하고 누군가 말하길래 돌아보니
주택가 앞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던 어르신이었습니다.
어르신은 넉가래를 하나 가지고 눈밭에 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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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밑에서 먹이를 먹다가 잠시 내리는 눈을 구경하는 노랑이. 잠시 후 일어날 봉변을 알지도 못한채...

나는 얼른 일어나 길을 비켜나 서 있는데,
어르신이 한 말씀 하시더군요.
“근데 거서 뭐 하시오?”
“고양이 사진 좀 찍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갑자기 어르신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한심하다는듯 한마디 하더군요.
“고양이는 다 죽여버려야 돼!”
순간 말문이 막히더군요.
아무리 어르신이라고 해도 말이 좀 심한 것같아 저는 반문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고양이를 다 죽여야 한다니요?”
“쓰레기봉투 다 뜯어놓잖아. 그러니 죽여야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눈앞에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르신이 차밑에서 먹이를 먹고 있던 노랑이를 향해
들고 있던 넉가래를 사정없이 휘두른 겁니다.
먹이를 먹고 있던 노랑이는 영문도 모른 채 놀라서 차밖으로 줄행랑쳤습니다.
단지 쫓아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말로 죽이려는 행동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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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을 치우던 넉가래를 느닷없이 고양이에게 휘둘렀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생명 경시 풍조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고양이를 죽여야 된다는 이유도 ‘쓰레기봉투를 뜯는다는 것’이었는데,
이유가 좀 군색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어르신과 입씨름을 해봤자
“이런 호로자식 너는 에미 애비도 없냐”는 식으로 나올 게 뻔하므로
저는 일단 그 자리를 떴습니다.
한 30여 미터쯤 걸어가자 좀전에 봉변을 당했던 노랑이가 차밑으로 피신해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가가 앉자
녀석은 놀라움과 두려움에 가득찬 눈빛을 한 채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습니다.
먹이를 준 나조차도 이제 믿을 수 없는 ‘공포의 대상’으로 보였던 것이죠.
아마도 녀석에겐 이 사건이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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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눈 내린 눈밭에서 놀던 노랑이는 더이상 사람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사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음식물 냄새가 나는 봉투를 뜯곤 합니다.
그런데 음식물은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어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버리면
고양이가 뜯을 일이 없습니다.
고양이가 봉투를 뜯는 것은 대부분
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음식물 봉투이거나 분리수거하지 않은 음식물을 담아서 버린 쓰레기 봉투들입니다.
고양이를 욕하기 전에 분리수거부터 하는 게 순서지요.
아마도 어르신께서는 고양이 ‘사진이나’ 찍고 ‘먹이나’ 주는 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르신 눈에는 한심하게 보였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옛말에 이슬 하나에도 신이 내린다고 했습니다.
수천의 인연이 모여서 하나의 생명이 된다고도 합니다.
아무리 나이 드신 어르신이라고 해도 고양이를 죽일 권리는 누구도 부여한 적이 없습니다.
인간이라고 해서 고양이를 맘대로 죽이고 살리는 심판관이 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리고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줄 경우
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뜯지 않아 오히려 거리는 깨끗해집니다.
이미 미국이나 그리스, 스페인에서도 입증된 결과입니다.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지만 미국의 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1700만 명의 사람들이 3500만 마리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아예 길고양이 먹이주기 운동을 벌임으로써 몇몇 도시는 길고양이가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미친 짓’으로 취급합니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거나 종교적인 관점에서 고양이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싫은데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고양이를 돌보고 먹이를 주는 것도 비난해서는 안될 일이죠.
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나면 인간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하지만,
이것도 다분히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일 뿐입니다.
이제껏 인간들은 모든 것을 인간이 판단하고,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고 여겨왔지만,
그 결과는 지구를 망가뜨린 것밖에 없습니다.
이건 인간이냐 고양이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의 문제인 것이죠.
동물 연합 설립자인 다나 비숍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고양이를 소유하고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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