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기러기의 아름다운 비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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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기러기의 아름다운 비행쇼


 

<아름다운 비행>이란 영화가 있다.

영화 속의 소녀 에이미는 어느 날 개발중인 늪 주위에서

부화하지 못한 거위알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온다.

집으로 옮겨온 거위알은 에이미의 지극한 정성 속에서 부화하게 되는데,

새끼 거위들은 가장 먼저 본 에이미를 어미새로 알게 된다.



 

그러나 야생 조류를 집에서 키우는 것은 불법이고,

곧 철새의 이동시기가 닥쳐오자

에이미의 아빠는 딸을 위한 경비행기를 만들어

하루하루 거위들에게 나는 연습을 시킨다.

드디어 다 자란 거위들을 데리고 에이미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거위들과 함께 아름답고 감동적인 비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에서나 나올 법한 기러기의 아름다운 비행을

나는 금강 하구에서 만났다.

금강 안쪽과 갈대밭에서 휴식을 취하던 기러기들이

한 무리씩 편대를 지어 날아올라

인근의 논을 향해 날아가는 풍경이었다.



 

 

나는 금강 하구를 따라가는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녀석들의 아름다운 비행을 오래오래 지켜보았다.

어떤 녀석들은 내 머리 위로 불과 수십 미터 상공을 지나갔고,

어떤 녀석들은 먼 갈대밭 너머로 아득하게 날아갔다.

여기도 기러기, 저기도 기러기

기러기의 천국이 따로 없다.

 


 금강 하구 갈대밭 너머로 날아가는 기러기의 실루엣.

 

한 무리가 이동하고, 또 다른 무리가 날아오르고,

수많은 무리가 하늘길을 날아 내 머리 위로 지나갔다.

가끔은 내가 기러기 날개를 달고 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바로 그날에

나는 금강 하구에서 날아가는 기러기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때마침 저녁이 가까운 오후여서

기러기들에겐 먹이활동을 할 시간이었다.

녀석들은 논에 떨어진 낱알을 주로 먹이로 삼는데,

서천이나 김제의 곡창지대가

이들의 먹이 공급처 노릇을 한다.

여기서 배를 채운 기러기들은 다시 금강으로 날아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



 물을 박차고 날아가는 기러기떼.


금강 하구에서 볼 수 있는 기러기는

몸집이 큰 큰기러기와 좀더 몸집이 작은 쇠기러기,

대형종 기러기류에 속하는 개리(천연기념물 제325호) 등이다.

녀석들은 논에 떨어진 낙곡뿐만 아니라

식물의 잎과 줄기, 잡초의 뿌리까지 먹이로 삼는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큰기러기가 물 위에서 부리를 이용해 물에 젖은 깃을 다듬고 있다.


그동안 나는 숱하게 기러기를 보아 왔지만,

기러기의 아름다운 비행에 취해

이렇게 오래 녀석들의 비행을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

두 시간이 넘게 나는 녀석들의 비행을 구경만 하였다.

그건 마치 기러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비행쇼'나 다름없었다.


 금강 하구 인근의 논에서 먹이활동중인 기러기떼.


이따금 나는 날아가는 기러기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는 했지만,

그건 거의 습관성에 가까웠다.

굳이 그것을 기록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들의 아름다운 비행을 가슴에 적어두고 있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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