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대처하는 고양이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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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대처하는 고양이의 자세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텃밭과 공원의 흙바닥엔 서릿발이 서고
골목과 시궁창의 물도 온통 얼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입김을 호호 불며 종종걸음으로 한파 속을 걸어갑니다.
따뜻한 구들방의 아랫목이 그리운 날입니다.
장작난로에서 타닥타닥 타는 등걸 소리가 간절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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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버리고 간 담요 위에 앉아서 추위를 달래고 있는 그냥이. 

이런 강추위 속에서 길고양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그냥 견디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정답일 겁니다.
이런 강추위 속에서 한뎃잠을 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침낭도 이불도 없이 더러는 바람벽도 없이 처마도 없이
오로지 온몸으로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게 길고양이의 운명입니다.
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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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누군가 버리고 간 이불 위에서 몸을 녹이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옹이.

그렇게 견뎌서 무사히 겨울을 나는 것,
그것만이 길고양이의 유일하고 절박한 바람입니다.
다만 조금은 덜 춥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려는 고양이의 행동은
곳곳에서 눈물겹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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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엄마가 저러냐?" 어미인 그냥이가 담요 위에서 몸을 녹이는 모습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까만코와 코점이. 

5마리의 대가족을 거느린 그냥이는 주로 텃밭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것으로
이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강추위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는지
엊그제는 주택가 공터에 누군가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담요와 이불을 거의 반나절이나 끼고 지냈습니다.
그냥이는 가장 따뜻한 담요를 차지하고,
이옹이는 그 옆에 버려진 두꺼운 요를 이부자리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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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따뜻해!" 추위에 떨고 있는 새끼들의 냥냥거림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요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그냥이.

그냥이도 이옹이도 이불 따뜻한 것을 알았는지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4마리의 새끼들이 어미와 보모 옆에서 바들바들 떨다가
냥냥거리며 춥다고 보채도
그냥이와 이옹이는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결국 그냥이와 이옹이는 이불의 따뜻함에 파묻혀 꾸벅꾸벅 졸기까지 합니다.
새끼들은 그런 어미와 보모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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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겨울에는 전기장판이 최고여!" 누군가 버린 전기장판에 앉아 있는 길고양이.

거의 몇 시간이 지나서야 그냥이와 이옹이는
새끼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일어섰습니다.
새끼들은 저마다 어미와 보모가 뎁혀놓은 자리를 자지하고 엎드렸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도 잠시,
갑자기 쓰레기를 버리러 나타난 한 아주머니의 출현으로
그냥이네 식구들은 혼비백산 텃밭으로 피신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보니 공터에 버려졌던 이불은 온데간데 없군요.
수거함을 비우러 온 트럭이 싣고 간 모양입니다.
그냥이네 식구들은 단 하루 이불의 푹신함과 따뜻함을 경험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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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밖 양지녘으로 나와 새끼와 함께 체온을 나누고 있는 연립댁.

종종 주택가 헌옷 수거함에 버려진 이불이나 전기장판, 스웨터 등은
길고양이에게 훌륭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곤 합니다만,
수거 트럭이 다녀가면 그만입니다.
영구적인 보금자리가 될 수 없는 것이죠.
이불만은 못해도 바닥이 넓은 스티로폼도 훌륭한 보금자리 노릇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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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구석자리에서 새끼와 함께 체온을 나누고 있는 외출이.

연립주택이 영역인 얌이와 멍이는 바람벽이 없는 화단의 둥지에다
어디서 구했는지 스티로폼을 깔아놓았습니다.
둘은 이 스티로폼 위에서 서로 끌어안은 채 잠을 잡니다.
외출이의 둥지에도 스티로폼을 깔아놓은 것으로 보아
스티로폼은 길고양이가 가장 만만하게 구할 수 있는 보금자리로 보입니다.
이도저도 구할 수 없는 경우
길고양이는 그저 서로의 몸과 몸을 맞대고 체온을 나누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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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견디는 거지 뭐." 텃밭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며 잠시 졸음수행에 빠진 까만코.

그냥이네 식구들도 연립댁 식구들도
요즘 이렇게 체온을 나누며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더러 햇살이 좋은 날엔 둥지 밖으로 나와
해바라기를 하면서 추위를 쫓습니다.
작년에 태어난 그냥이네 새끼들과 연립댁 새끼들도,
외출이네 새끼들과 노랑새댁네 새끼들도
모두 길고양이로서의 ‘생애 첫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길 위의 묘생이 쉽지 않다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셈이죠.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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