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서 만난 멋진 빙하호수 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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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만난 멋진 빙하호수 5곳


티베트어로 호수는 ‘쵸'라고 한다.
강은 창포, 샛강은 추, 계곡은 룽손이라고 한다.
티베트에서는 웬만한 호수들이 대부분 빙하호라고 보면 맞다.
해발 4500m 이상의 산들이 도처에 널려 있고,
그런 산봉우리마다 만년설이 뒤뎦여 있어
여기서 흘러내린 유빙이 빙하호를 만든다.

빙하호의 특징은 대부분 옥빛깔을 띤다는 것이다.
빙하호가 이렇게 옥빛 또는 연한 에메랄드빛을 띠는 까닭은 돌가루 때문이다.
이것을 과학적으로는 ‘락플라워 현상’이라고 하는데,
빙하가 천천히 녹아 흘러내리면서 빙하수가 지표면의 돌가루를 함께 실어날라
이런 아름다운 빛깔을 띠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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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락숨쵸에서 흘러내린 빙하수 물길과 눈덮인 설산과 그 위로 펼쳐진 환상적인 구름 풍경.

1. 환상적인 풍경의 연속, 드락숨쵸

드락숨쵸가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점점 환상적으로 바뀌어 간다. 에메랄드빛 강물과 샛노란 꽃이 흐드러진 유채밭과 군데군데 드러나는 설산의 흰 봉우리들. 특히 시각을 자극하는 유채밭은 드락숨쵸 입구까지 내내 펼쳐져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더욱 기막힌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드락숨쵸에서 흘러온 에메랄드 물빛이 바위 계곡에 부딪쳐 연한 옥빛으로 부서져 내리는 모양은 멀리 해발 6000m급 설산 봉우리와 어울려 멋진 달력에서나 본 풍경을 그대로 연출해낸다. 티베트에서도 이런 풍경이 결코 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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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한가운데 쪼종 섬이 있는 드락숨쵸 풍경과 드락숨쵸에서 흘러내린 빙하수의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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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락숨쵸(해발 3540m)에 이르면 드넓게 시야가 트이면서 빙하호 특유의 빛깔인 에메랄드빛 호수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호수 중간에는 쪼종 섬이 몽환적인 호도를 이루고, 출렁거리는 나무다리가 길게 섬을 연결하고 있다. 섬에는 쪼종 사원이 자리해 있는데, 워낙에 화려한 풍경에 깃들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사원은 한없이 소박하고 간결해 보인다.

2. 고요하고 아늑하다, 라웍쵸

라웍쵸(3859m)는 제법 운치 있는 호수다. 라웍쵸는 차마고도 위에 건설된 318번 국도에서 라웍 마을을 앞에 두고 왼쪽으로 난 비포장길을 4km쯤 더 가야 만날 수 있는데, 호수의 둘레를 산자락이 사방 감싸고 있어 제법 아늑한 느낌을 준다. 라웍쵸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길 옆에서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는 두 줄기 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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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웍쵸 가는 길에 만나는 폭포(위)와 라웍쵸의 고요하고 아늑한 풍경(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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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라웍 마을을 에두른 응안쵸로 흘러드는데, 응안쵸는 다시금 파룽 강으로 물길을 내어 흐른다. 간혹 라웍 마을을 지나는 초행자들은 이것이 라웍쵸인줄 착각할 때가 많다. 사실 응안쵸나 라웍쵸 정도의 호수는 티베트에서 그리 큰 축에 들지도 못한다. 티베트에는 남쵸를 비롯해 자리남쵸, 세르링쵸, 얌드록쵸와 같은 거대한 호수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3. 파룽 강이 시작되는 곳, 응안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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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덴 사원에서 바라본 응안쵸 풍경.

팍쇼에서 90km 거리에 있는 라웍 마을 앞을 둥그렇게 휘돌아 나가는 응안쵸는 주변을 둘러싼 설산 봉우리로 인해 어느 쪽에서 바라보든 인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응안쵸 호숫가는 늪지와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데, 호수를 배경으로 무리지어 풀을 뜯는 야크떼도 만날 수 있다. 마을과 응안쵸 사이에는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숙덴 사원이 있다. 폐허가 되었을지언정 멀리서 바라보는 숙덴 사원의 풍경은 그지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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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안쵸 습지의 야크떼(위)와 응안쵸에서 흘러내린 빙하수가 만든 파풍 강 풍경(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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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앞에는 노란 유채밭이 펼쳐져 있고, 유채밭 가는 길가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꽃들이 씨를 뿌려놓은 듯 다닥다닥 피어 있다. 라웍 마을의 응안쵸를 지나면 길은 파룽 강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간다. 파룽 강은 이제까지 보아온 강물의 빛깔과는 사뭇 다른 빛깔을 띤다. 이제까지의 강물이 탁한 황토색이었다면, 파룽의 물빛은 연한 비취색이다. 이 또한 빙하호수인 응안쵸에서 흘러내린 빙하수 때문이다.

4. 해발 4618m 유빙을 볼 수 있는 곳, 안주라쵸

해발 4618m의 안주라 언덕을 올라간다. 티베트에서는 안주라 언덕처럼 5000m 안팎에 이르는 언덕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뾰죽한 봉우리가 없고 두루뭉실하니 고도가 높아도 그냥 여기는 ‘언덕’인 것이다. 안주라 고갯마루에는 어김없이 오색의 타르쵸가 날리고 있다. 왼쪽에는 습지와 호수가 이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설산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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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라 언덕에서 만난 길가의 유빙과 빙하천(위). 주변의 설산에서 흘러내린 빙하수가 만든 안주라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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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인근 길가에는 설산에서 흘러내린 유빙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눈앞에 빙하가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겠지만, 차를 타고 가다 잠시 내려 만져볼 수도 있는 빙하다. 이 빙하는 조금씩 녹아서 계곡의 물골을 이루고, 빙하호수인 안주라쵸로 흘러든다.

5. 가장 신성한 하늘호수, 남쵸

해발 4718m에 자리한 남쵸는 티베트에서 가장 높고, 넓은 호수일 뿐만 아니라 가장 신성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사실 티베트에는 남쵸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한 호수가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티베트인들의 관념 속에서 남쵸는 티베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로 인식되고 있다. 담슝에서 남쵸로 넘어가자면 해발 5190m의 라겐라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라겐라는 멀리 남쵸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고원의 평야와 산자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으로, 남쵸로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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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가장 신성한 호수로 불리는 남쵸. 티베트에서는 '하늘호수'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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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겐라 고갯마루를 넘어선 길은 남쵸 호수를 앞에 두고 아득하게 뻗어 있다.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하늘호수’라 불리는 남쵸. 호수의 빛깔도 하늘을 꼭 닮아 있다. 초원을 달려온 길은 이제 남쵸 호수가 코앞인 남쵸마을에 이르러 끝이 난다. 티베트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호수답게 남쵸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덩달아 하늘호수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해마다 늘어나 이제는 제법 남쵸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남쵸는 워낙에 넓은 호수인지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만도 20여 일이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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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남쵸에서 만난 유목민의 아이.

해발 4718m에 길이 70km, 폭 30km, 수심 약 35m. 이것이 눈에 보이는 남쵸의 모습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남쵸의 본질은 이 곳이 하늘과 맞닿은 ‘하늘호수’라는 것이고, 티베트인의 관념 속에 가장 신성한 호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왜 그토록 남쵸를 신성하게 여기고 있는지는 남쵸에 가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남쵸에 이르러 하늘을 닮은 호수와 호수를 닮은 하늘, 연이어 펼쳐진 만년설 봉우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숨이 턱 막힌다. 아무리 봐도 호수의 빛깔은 신비롭기만 하다. 푸른색이 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빛깔과 아름다움을 호수는 한꺼번에 품고 있다.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 보석!

*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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