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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2 초록이 물든 고양이 (45)

초록이 물든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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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물든 고양이


 


길에서 우연히 새로운 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렘과 흥분을 동반하는 일이다.

최소한 나한테는 그렇다.
엊그제 덩달이를 만나러 갔다가 인근에서 새로운 고양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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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으로 물든 논자락을 배경으로 그루밍을 하며 앉아 있는 삼색고양이.

덩달이가 사는 마당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지척의 거리에도 마당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어여쁘고 성격 좋은 삼색고양이였다.
덩달이와 함께 산책이나 하자고 마을길이 끝나는 곳까지 천천히 거닐었는데,
철길 아랫집 마당에서 냐아앙, 하는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미묘의 삼색이 한 마리가 화단 바위에 앉아
철망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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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 밖을 내다보는 삼색이.

잠시 후 녀석은 대문 밑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왔다.
순간, 뒤쳐져 따라오던 덩달이 녀석이 놀란 눈으로 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삼색이도 덩달이를 처음 보는지
꼬리털을 바짝 세웠다.
덩달이는 계속해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고성을 높였다.
아랑곳없이 삼색이는 논둑의 단풍나무 그늘에 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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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대문을 나와 큰길에 나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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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는 벌써 모가 한뼘은 자라서 들판을 온통 초록으로 물들였다.
햇살은 따갑고 공기는 후텁지근했다.
이렇게 덥고 습한 날은 고양이도 참을 수가 없다.
고양이도 이런 날엔 그늘만 찾는다.
단풍나무 그늘에 엎드린 고양이 한 마리.
초록으로 물든 논자락을 배경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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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물든 들판과 한적한 시간의 그늘. 그것을 마주하고 앉은 고양이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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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저러고 있으면 고양이도 곧 초록으로 물들 것만 같다.
오직 시골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
내 눈이 다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녹색 들판과 삼색 고양이는 너무 잘 어울렸다.
그것은 고양이를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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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의 단풍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삼색이. 눈이 시원한 한편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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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이는 단풍나무 그늘에 엎드려 잠시 그루밍을 하다가
꾸벅꾸벅 존다.
하지만 눈앞에 다가선 덩달이가 자꾸 신경에 거슬린다.
그늘에 앉아 쉬다가도 실눈을 뜨고 덩달이의 동태를 살피는가 하면,
귀를 쫑긋거리며 덩달이를 경계한다.
이 녀석 가만보니 덩달이보다 더 가까이에 있는 나는
\
별로 신경도 안 쓰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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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뒤로 보이는 허수아비(위). "저 이쁘죠?"(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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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든 화각을 잡느라 자세를 바꾸든
전혀 개의치 않더니 덩달이가 살짝 앞발만 들어도
녀석 고개를 번쩍 들고 경계태세를 취한다.
물론 더 긴장한 쪽은 덩달이다.
삼색이가 단풍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동안
덩달이는 안절부절못하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큰길을 배회했다.
계속해서 으냐앙거렸고,
애써 담대한 모양을 보여준다는 것이 엉거주춤 앉아서
금방이라도 도망칠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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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삼색이를 살피는 덩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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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어서 불안했던 모양이다.
반대로 삼색이는 경계심을 관심으로 바꾸고 있었다.
내가 덩달이를 유인해 간신히 단풍나무 그늘에 앉히자
삼색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섰다.
하지만 겁에 질린 덩달이 녀석은
주춤거리며 뒤로 두발 물러섰다.
그렇게 둘은 초록을 배경으로 단풍나무 그늘에 어색하게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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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그늘에 마주한 두 녀석. 그러나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삼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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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는 미팅 주선자가 된 기분이었고,
두 녀석은 미팅 자리가 처음이라며 어색한 눈빛만 데굴데굴 굴리는
딱 그런 상황이었다.
잠시 후 덩달이 녀석 뻣뻣하고 말도 없고 재미 없다며
삼색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일이 있어 가보겠다는 듯.

초록이 물든 어느 여름 오후였고,
고양이가 있는 한적한 시간의 그늘이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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