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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7 어미 잃은 손주 데려다 키우는 할머니 고양이 (35)

어미 잃은 손주 데려다 키우는 할머니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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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감동스토리: 손주 데리고 사는 할머니 고양이

 

 

세상에는 게임에 빠져 아기를 죽인 부모도 있고,
형편이 어려워 아기를 버린 부모도 있다.
그런데 길고양이 중에는 어미가 죽어 오갈곳 없는 아기고양이를
맡아 키우는 고양이도 있다.
과거 축사고양이의 수장이었던 대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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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할머니 품이 따뜻해요."

사연인즉 이렇다.
약 두어 달 전 길고양이 급식소였던 돌담집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더랬다.
무슨 까닭인지는 몰라도 그곳에 살던 가만이와 카오스가
돌담집을 버리고 영역을 옮긴 데 이어
꼬리 짧은 아기 노랑이를 낳아 걱정없이 살던 여리마저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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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자락 짚더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모와 대모의 새끼인 고등어와 여리가 낳은 아기 노랑이 '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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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놓은 쥐약으로 인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당시 같은 동네에 이웃하고 살던
여울이와 여울이네 아기고양이 세 마리도 쥐약을 먹고 죽었다.
이래저래 돌담집에는 꼬리 짧은 아기 노랑이 혼자만 남게 되었다.
꼬리가 짧은 어여쁜 고양이라고 나는 녀석을 ‘꼬미’라 불러왔다.
꼬미는 갈 때마다 큰 길까지 나와서 ‘에옹, 에옹’ 울며
엄마를 기다리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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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의 새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함께 노니는 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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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꼬미를 위해 나는 늘 녀석에게
사료를 훨씬 더 많이 덜어주곤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모두가 떠난 돌담집에서
녀석 또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여리가 행방불명된 지 약 열흘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 후에도 나는 어딘가에 있을 이 녀석과 가끔식 이곳을 찾는 대모와 미랑이를 위해
사료 급식을 계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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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을 걸어 내 앞에 당도한 꼬미가 밥을 내놓으라고 이야옹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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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꼬미가 죽은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독립을 하기에는 녀석이 너무 여리고 어렸기 때문이다.
꼬미를 다시 만난 건 녀석이 종적을 감춘 지 약 한달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논자락 저쪽에서 대모가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를 이끌고 먹이원정을 오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중 한 마리가 바로 꼬미였던 것이다.
대모는 최근 들어 자신이 낳은 세 마리의 아기고양이를 이끌고 먹이원정을 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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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쑥스럽게 왜 그런대요. 손주가 혼자 울고 있는데, 그냥 모른척 하는 할머니가 어디 있다고..."

그런데 그날은 자신이 낳은 아기 중에서는 고등어 녀석만을,
그리고 꼬미를 함께 데리고 먹이원정을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꼬미는 그동안 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던 거였다.
대모로 말할것 같으면 꼬미에게는 할머니,
즉 여리의 엄마다.
(블로그를 계속 보아온 구독자는 모두 알고 있겠지만)
여리가 행방불명되자 할머니 고양이는 혼자서 울고 있는
손주 고양이가 안쓰러워 자신의 둥지로 데려간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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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장독대! 엄마랑 여기 올라가서 놀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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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서너 번 더 대모는 꼬미를 데리고 돌담집 인근에 나타났다.
한번은 자신의 새끼들을 다 놓아두고 꼬미만을 데리고 나온 적도 있다.
그날은 눈이 내린 날이었는데,
돌담집 장독대 앞에 꼬미는 할머니의 등에 턱을 받치고 엎드려 있었다.
나를 발견하자 녀석은 부리나케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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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할머니라는 든든한 지붕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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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녀석 나를 기억하는지
내가 오면 1미터 앞까지 접근해 빙빙 돌곤 한다.
나는 녀석이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더욱이 이 막막한 고아묘를 그동안 대모가 데려다 키웠다는 것이 눈물겨웠다.
가만보니 대모는 꼬미를 자신의 새끼들과 똑같이 대했다.
마치 자기가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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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명랑하게 잘 살게요."

꼬미는 대모의 새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장난도 치고 밥도 먹었다.
함께 논자락 짚더미에서 뒹굴었고,
함께 장독대 앞 은행나무를 오르기도 했다.
함께 그루밍하고 함께 잠들었다.
엊그제는 장독대 담벼락 아래서 바르르 떨고 있는 꼬미를 위해 대모는
한참이나 바람을 막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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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은 엄마가 '짜잔~' 하고 나타나면 좋을 텐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쓰레기나 뒤지고
인간의 음식이나 훔치는 도둑고양이 취급을 한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의리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인간 못지않은 감동적인 <인간극장>류 고양이판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 세계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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