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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28 영화 <고양이춤> 감독의 편지 17
안녕하세요.
<고양이 춤>의 감독 윤기형입니다. 많은 분들이 인디다큐페스티발에 오셔서 관람해주셨습니다. (매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우연의 연속이었고,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 속에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2009년 가을, 이용한 작가의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책을 읽었습니다. 평소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없었던 저였지만 '스토리'가 있는 이 책에 빠져들었고 작가의 블로그를 살펴보았습니다. 수 많은 사진들. 문득, 이를 단편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몇 년 전, 도시에 사는 길냥이들의 스토리를 시나리오로 쓴 적이 있습니다.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을 마련하기 힘들었습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읽고 옛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눈이 쌓인 겨울, 출판사에 연락을 해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이용한 작가를 만났습니다. 초면이라 어색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 진심을 말씀 드렸고 이용한 작가는 흔쾌히 작업을 허락해주었습니다.이번 작업을 하게 된 샘플 영화가 있습니다. 사진만으로 만들어진 20분 단편영화, 크리스 마르케의 <라제떼>가 그것입니다. (라제떼: 방파제란 뜻. 테리 길리엄 감독의 <트웰브 몽키스>의 원작이 바로 라제떼이다.) 그런데 사진 영상만으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는 어설픈 자신감은 가편집 작업을 하면서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진만으로 된 가편집이 생각보다 너무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깔고 나레이션을 깔고... 이렇게 저렇게 편집을 해봤지만 한 마디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를 어쩐다…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동영상을 촬영해서 중간 브릿지로 사용하면 덜 지루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캠코더를 들고 거리와 사람들을 찍고, 골목에서 고양이를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제가 사는 동네의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전, 틈나는 대로 고양이를 촬영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렇다고 다큐작가들처럼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열심히 찍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담배 피우러 집 밖으로나갈 때, 식후 동네 산책할 때 손에 카메라를 들었을 뿐입니다. 고양이가 보이면 찍고 안보이면 못 찍는 나름 '편한' 작업방식이었습니다.알고 보니 고양이는 영역동물이었고 자주 본 녀석들이 반복해서 눈에 들어왔고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특성에 맞게 이름도 붙여주었는데 그들의 연애사를 알게 되고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아지트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저는 점점 그들에게 빠져들었고 촬영은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보았고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어느 순간, 저도 마트에서 사료를 사서 그들에게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스스로 놀랍기까지 했습니다.
고양이 사료를 주는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한 여자 분을 통해 fin을 알게 되었고 고맙게도 fin의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저에겐 꿈만 같던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짧게 생각했던 촬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제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용한 작가의 사진과 제가 찍은 동영상이 병렬식 편집구성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쳐, 두 남자의 길고양이 보고서가 된 것입니다. 영화의 앤드는 인간과 공존하는 고양이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각종 블로그에 올려진 여러 고양이 동영상을 검색 후, 쥔장분들에게 협조 메일을 드렸더니 예상 밖으로 많은 분들이 기꺼이 동영상 사용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고양이 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작가의 사진보다 제가 찍은 동영상보다, 이 마지막 장면에 담겨있습니다.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작업의 출발점은 이용한 작가의 책에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이를 다듬고 펼쳐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또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고양이 춤>이 많은 분들에게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생각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제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많습니다만) 극장 개봉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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