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고양이'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1.02.11 벼랑에서 손 잡아주는 고양이 28

벼랑에서 손 잡아주는 고양이

|

벼랑에서 손 잡아주는 고양이

 

벼랑에서 손 잡아주는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꼬미의 단짝인 재미가 그 주인공입니다.

재미는 대모가 낳은 아기고양이로 꼬미와 같은 노랑둥이지만,

좀더 털빛이 연하고 바랜 듯한 노란색입니다.

 

대모의 아기고양이 재미와 손주 꼬미가 장독대 앞에서 은행나무를 타며 놀고 있다.

 

늘 꼬미와 붙어다니면서 재미있게 놀아주는 모습을 보고

‘재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늘도 꼬미와 재미는 논배미 급식소에서 배불리 사료를 먹고

돌담집 장독대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배가 부르자 녀석들은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두 녀석은 언제나 단짝처럼 재미있게 놀곤 한다.

 

재미가 먼저 장독대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 밑동을 타고 오르더니

제법 높이 올라가 봅니다.

그러자 밑에서 보고만 있던 꼬미도 덩달아 나무를 탑니다.

“나도 그 정도쯤은 오를 수 있어!” 하는 표정입니다.

재미의 바로 밑에서 꼬미는 나무를 타고 오릅니다.

 

재미와 장난을 치던 꼬미(위)가 벼랑으로 미끄러져 떨어지자 재미가 재빨리 손을 내밀어 꼬미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아래).

 

오르다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재미의 꼬리와 엉덩이를 붙잡으며 재미를 괴롭힙니다.

재미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재빨리 나무에서 뛰어내립니다.

꼬미도 따라 뛰어내립니다.

이제 둘은 나무 아래서 서로 밀치고 끌어안고 물고 물리면서

무료함을 달랩니다.

 

다시 신이 나서 장난을 치는 두 녀석. 그저 평온하게 뒤에서 구경하는 대모.

 

그런데 하필이면 두 녀석이 노는 곳이

장독대에서 논배미로 뚝 떨어지는 벼랑끝 둔덕입니다.

물론 벼랑이라고 해봐야

사람 키높이 정도에 불과해서 떨어진다고 다칠 리야 없겠지만,

둘은 하필이면 그곳에서 아슬아슬하게 놀고 있습니다.

그러다 아니나 다를까

꼬미 녀석 재미가 휘두른 앞발을 피한다는 것이 그만

발을 헛디뎌 벼랑으로 미끄러집니다.

 

"자 이번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까?"

 

그때였습니다.

재미가 벼랑에서 미끄러지는 꼬미에게 손(앞발)을 내밀었습니다.

꼬미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재미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입니다.

이것들 정말 고양이 맞나요?

벼랑에서 미끄러진다고 손 잡아주는 고양이라니!

(잡아주는 척하다 밀어버리는 걸 내가 잘못 본 건가 ?@#~%)

아주 짧은 시간, 그러니까 거의 1초 정도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렌즈를 통해 그 모습을 보는 나는 공연이 가슴이 느꺼워집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같은 이 장면이 가슴에 와 박힙니다.

 

"아고 힘들어! 더는 못올라가겠네..."

 

간신히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을 면한 꼬미는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장난을 칩니다.

이번에는 제가 먼저 나무에 올라가겠다고 은행나무를 뛰어오릅니다.

마치 평지를 뛰어가듯 수직으로 솟은 나무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뒤에서는 재미가 또 방금 전의 꼬미처럼 뒤따라 오릅니다.

둘은 그렇게 여러번 은행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겨울 오후의 추위까지 달래봅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명랑하라 고양이

'길고양이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려라 고양이 3  (21) 2011.02.17
비밀의 숲고양이  (22) 2011.02.16
고양이의 황당 몸 개그  (29) 2011.02.15
어떤 묘술 지팡이  (19) 2011.02.14
링 고양이?  (28) 2011.02.11
멸치는 손맛  (15) 2011.02.09
쿵푸 고양이 대격돌  (32) 2011.02.09
구멍 너머 고양이  (2) 2011.02.08
발라당 종결묘  (34) 2011.02.07
나쁜 고양이는 없다  (30) 2011.02.06
And
prev | 1 | 2 | 3 | 4 | ··· | 22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