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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19 안녕, 후두둑 씨 3
안녕, 후두둑 씨
이용한
후두둑 씨에게 늦은 소포가 온다
나는 잘 있다고 포장된 외로운 책이다
갈피마다 부엌에서 침대까지 걸어간
발자국이 적혀 있다
후두둑 씨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외투를 걸치고 식탁에 앉는다
지난 봄에 들여놓은 아들 녀석이 잠깐
불가사의한 안녕을 묻는다
낡은 커피라도 드릴까요?
후두둑 씨에게 인생은 앉아있는 것이다
뒤꿈치가 닳아서 무표정한 의자가
매일같이 삐걱이는 후두둑 씨를 기다린다
사뿐히-- 갈라진 여백을 중얼거리며
아들아 거의 다 왔다
문이 닫힌 아내가
지붕 위에서 성큼성큼 쏟아져 내린다.
-- 시집 <안녕, 후두둑 씨>(실천문학사, 200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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