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애인과 기호의 변장

|


원초적 애인과 기호의 변장
-- <라깡의 재탄생>(창작과 비평사)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를 '자궁에 의해 생겨난 질식'으로 보았다. 노처녀, 과부, 애 못낳는 여자등이 잘 걸린다고 그렇게 보았던 것이다. 이런 생각은 플라톤도 마찬가지였다. "자궁은 열심히 아이를 요구하는 동물이다. 사춘기가 지난 후에도 애를 낳지 않으면 자궁은 분노해 몸 전체를 돌아다니고, 기도를 막고 호흡을 방해하며, 이런 방식으로 몸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모든 종류의 질병을 일으킨다." 이것이 플라톤의 견해다. 그러나 프로이트 이후 히스테리는 두 개의 관념의 충돌과 갈등에서 오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근대의 정신분석학은 바로 히스테리로부터 출발했으며, 우리는 모두 히스테리(이것을 무의식적 고통으로 보았으며, 이런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지어져 있다고 라깡은 말한다) 인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라깡 부류의 견해다. 결국 라깡은 무의식적 관념이 언어의 작용으로 히스테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에서 출발한 라깡이 어떻게 프로이트와 다른가를 보여주는 한 대목이기도 하다.

라깡의 메커니즘은 은유와 환유의 공식화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가령 아버지의 은유는 어머니의 욕망의 기표에 의해 생겨난다. 이것을 그는 수학적 공식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설명을 읽는 순간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라깡의 재탄생>(창비)을 읽으면서 나는 결국 라깡을 이해하는데 실패했다. 욕망은 환유를 통해 부풀었고, 기표가 미끄러진 단어는 흐릿한 의식 안에서 해체되었다. 나무의 수사학과 정신의 실존, 원초적 애인, 자명한 의식, 기호의 변장, 어떤, 불가능한 것, 망각, 문학적 과학,  연쇄 살인범, 명제의 균열, 왜 혹은 결코, 욕망, 결여, 불안, 우울, 억제, 소극적  방어, 절망적 공격, 보편적 만족, 자책,  포기,  그리고 "성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 구실과 미끼, 최초의 신화적 상태, 매순간, 우연, 집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미결정, 가상적 봉합, 유령의 문제, 모순, 구조와 정서, 처음부터 내 몸은 바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 욕망하는 기계, 궁극적 파편, 성의 횡단이라는 들뢰즈의 발언, 담화의 두께,  '오브제 쁘띠 아(objet petit a), 이제 졸립다. 성난 페이지, 그리고 '너무 멀다'에 대한 그리움.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