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유언 “나의 흔적을 없애라”
알타이 인근 초원에는 돌무더기로 봉분을 쌓은
옛 유목민의 무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어떤 것은 돌멩이 여남은 개로 대충 봉분을 표시했고,
어떤 것은 우리의 옛 고분처럼 크다.
몽골의 유목민은 과거 사람이 죽으면 대부분 풍장을 했다.
초원이나 구릉에 버려두는 것 자체가 장례였다.
떠도는 자들의 영혼은 그렇게 죽어서도 초원을 떠돌고
바람처럼 흩어졌을 것이다.
알타이 인근 만년설산이 보이는 초원에서 만난 거대한 돌무덤. 과거 신분이 높은 사람은 매장을 할 때 봉분의 크기도 거대했다. 돌무덤을 쌓는 방식은 어버(서낭당)를 쌓을 때와 비슷하다(위). 그러나 신분이 낮은 자의 무덤은 돌 예닐곱 개를 빙 둘러놓아 무덤 표시를 했다(아래).
더러 매장도 했는데, 이 때는 어버처럼 돌무더기를 쌓아 봉분을 씌웠다.
봉분으로 씌운 돌무더기의 크기는 신분의 상징이기도 해서
장군이나 지체 높은 신분은 봉분의 크기도 매우 거대했다.
옛날 칭기즈칸도 전장에서 죽은 뒤,
그가 타던 말과 함께 매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칭기즈칸 또한 초원에 이런 돌무덤을 씌웠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유언에서 "나를 매장한 뒤, 말 천마리를 몰고 무덤 위를 달려 흔적을 없애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칭기즈칸은 사후에 자신의 시신을 아무도 파헤치지 못하도록 유언을 했는데,
유언대로 칭기즈칸의 무덤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몽골인들 또한 그 유언을 받들어 굳이 무덤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몇 년 전 일본의 고고학자들이 건너와
2년 동안이나 칭기즈칸의 무덤을 찾아 몽골 전역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결과는 역시 찾지 못했다.
알타이 언덕에서 만난 공동묘지. 초원의 돌무덤과 달리 이곳에는 비석도 세워놓았고, 더러 비석에다 하닥을 걸어놓았다.
“나를 매장한 뒤, 말 천마리를 몰고 무덤 위를 달려 흔적을 없애라”고 측근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칭기즈칸의 유언은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고,
당시 말을 달렸던 사람들 또한 비밀 유지를 위해 모두 죽였으며,
그들을 죽인 사람들 또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제거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칭기즈칸이 묻힌 곳을 아는 사람은 당시에 모두 죽어야 했던 것이다.
알타이 언덕에는 돌무더기 없이 비석 하나로 무덤을 표시한 것도 있다.
초원의 무덤은 알타이의 하삭트 하이르항 초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오며가며 본 것만 해도 10여 기가 넘는다.
하삭트 하이르항 초원에 옛 유목민의 무덤이 산재해 있다면,
알타이 언덕에는 정착민의 무덤(공동묘지)이 집중돼 있다.
알타이 언덕의 공동묘지 언덕에서 바라본 알타이 시가지 풍경.
정착한 자들의 무덤은 주로 비석을 세우거나, 봉분을 만들어 놓았다.
곳곳에 푸른 하닥을 내건 묘지도 수두룩하다.
공동묘지가 펼쳐진 알타이 언덕은
알타이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대 구실도 한다.
죽은 자들은 저렇게 죽어서도 높은 곳에 올라
알타이 산맥과 알타이 시가지를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바람::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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