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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9 강아지 닮은 아기고양이 (34)

강아지 닮은 아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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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주둥이에 하트 있어요

 

 

오늘은 무슨 일인지, 산둥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전원주택으로 먹이원정을 왔다. 한동안 내가 2~3일에 한번씩 우사에 들러 사료 한봉지씩을 내려놓고 오곤 했지만, 새끼들 뱃구레가 커지면서 그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우사 주인이 그곳에 들를 때마다 사료를 치워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할머니가 사료 그릇을 놓고 올 적에도 우사 주인이 매번 그것을 치워버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사 주인은 고양이가 드나드는 구멍마다 커다란 돌멩이로 죄 막아놓곤 했다.

 

산둥이네 아기고양이 중 강아지, 그것도 바둑이를 닮은 턱시도 녀석만 혼자 먹이원정에서 소외돼 우사에 남았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가 달갑지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사 앞 텃밭에는 고추며 상추, 오이 등이 자라고 있어 아무래도 고양이가 그것을 절단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이래저래 우사를 영역으로 삼은 산둥이와 다섯 마리 아기고양이의 삶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전원주택에서 쫓겨나 어렵사리 마련한 영역에서 어떡하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간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이런 사정을 잠시 접어두고 오늘은 산둥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먹이원정을 왔다고 전원주택 할머니는 잔뜩 들떠 있다. 사료를 듬뿍 내오고 멸치도 잔뜩 내왔다.

 

우사에 엄마가 나타나자 이 녀석 작은 구멍을 비집고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산둥이는 혹시라도 새끼들이 이곳의 고양이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 곧바로 집으로 데려오지 못하고 전원주택 뒤편의 수풀 속에 숨겨두었다. 할머니도 그것을 아는지라 뒤란에다 따로 먹이그릇을 마련해 두었다. 인기척이 들리기라도 하면 새끼들이 일제히 수풀 속으로 숨는 바람에 할머니도 방안에서 몰래 엿보았다고 한다. “몇 마리 데려왔던가요?” “세 마린가 네 마린가 그렇더라구!” 그렇다면 아직 한두 마리는 우사에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살펴본 바로는 어미고양이가 먹이원정을 올 때 전체를 다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교대로 데리고 올 때가 많았다.

 

가만보니, 이 녀석 주둥이에 하트가 있다. 보이시나요

 

이곳에 데리고 온 녀석들은 아마도 눈치를 보며 사료와 멸치를 먹긴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사에 남아 있는 녀석들은 쫄쫄 굶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해서 나는 곧바로 전원주택을 빠져나와 우사로 향했다. 그런데 산둥이 녀석 내가 그리로 가는 걸 눈치채고는 잰걸음으로 따라붙었다. 새끼들은 수풀 속에 그냥 두고 녀석은 줄레줄레 나를 따라왔다. 그렇게 또 나는 산둥이와 함께 우사까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우사에 도착해 사료를 내려놓자 산둥이는 우웅 우웅, 새끼를 불렀다. 그때였다. 우사에 뚫린 작은 구멍 속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내가 처음 산둥이네 아기고양이를 만났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턱시도 녀석이었다.

 

주위를 살피는 바둑냥? 냥아지? 하트냥?

 

이 녀석, 생긴 게 꼭 강아지처럼 생겼다. 그것도 바둑이처럼. 얼굴 전체가 까만색 털로 덮여 있지만, 주둥이만 하얀 털이 돋아 있었다. 주둥이의 하얀 털을 자세히 보면 그 모양이 영락없는 하트 모양이다. 사진을 한번 보시라. 주둥이의 하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산둥이네 아가들을 찍어서 맨 처음 아내에게 보여주자 아내는 유독 이 바둑이처럼 생긴 고양이에게 열광하는 거였다. 이렇게 귀여운 아기고양이는 처음 본다며, 몇 번이나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녀석 강아지를 닮았으니, 냥아지인가, 바둑냥인가. 아무래도 상관없다.

 

"엄마 담부턴 나 델꼬가 알았쥐 응?"

 

우사에 뚫린 작은 구멍 속에서 눈망울만 데굴데굴 굴리던 녀석은 엄마가 가까이 다가오자 좁은 구멍을 넓혀가며 간신히 고개를 내밀었다. 억지로 작은 구멍에 고개를 내미느라 녀석의 눈꼬리는 잔뜩 치켜올라간 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드디어 구멍으로 고개를 빼낸 녀석은 엄마를 향해 냐아앙~ 하고 길게 울었다. 그건 “왜 이제와!” 하면서 원망하는 소리였다. 그런데 엄마를 보고 구멍을 빠져나오려던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녀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개만 빼꼼 내민 채 한참을 정지화면처럼 있었다. 그러더니 다시 안으로 쏘옥, 하고 고개를 집어넣었다. 잠시 후 그래도 엄마가 앞에 있으니 안심이라고 녀석은 고개를 다시 내밀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결국 녀석은 그 작은 구멍을 빠져나와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래, 그래. 알았다 내 새끼!"

 

매일 보는 엄마인데도 뭐가 그리 반가운지 녀석은 엄마의 볼을 비비고 코를 맞대고 눈을 맞춘 채 냐앙냐앙 몇 번이나 울었다. 산둥이는 그런 새끼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쓰윽 스윽 혀로 쓰다듬어주었다.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모성애가 절로 느껴지는 느꺼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녀석 혼자만 남겨두었는지 다른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긴 상봉의 시간이 끝나자 바둑냥인지 냥아지인지 귀여운 것만은 확실한 이 녀석, 게걸스럽게도 사료를 먹어치웠다.

 

"엄마! 저 언덕 너머엔 뭐가 있나요?"

 

내려가는 길에 전원주택에 들렀더니, 할머니는 그새 또 산둥이 걱정이다. “하이구 내가 새끼들 데리구 온 순둥이한테 그랬어. 내가 뒤에다 따로 밥 줄 테니까 애기들 델구 들어와. 몇 번이나 내가 그랬어. 순둥이한테 그만 들어오라구. 애가 저렇게 바짝 말랐잖아! 쯔쯔쯧!” 산둥이가 할머니의 말씀을 알아들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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