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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4 한 잎의 고양이 (30)
한 잎의 고양이
가을걷이가 다 끝난 논배미에서
새끼 노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녀석은 오래 전에 죽은 듯한 말라붙은 개구리를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가서자 녀석은 그조차 다 삼키지 못하고
낙엽이 잔뜩 쌓인 축사 골목으로 도망을 칩니다.
그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입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 고양이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이번 겨울이 묘생 첫겨울인 고양이.
단풍나무 한잎같이 조그만 고양이.
문득 작고한 오규원 시인의 ‘한 잎의 여자’라는 시가 떠올라
그것을 패러디해 <한 잎의 고양이>를 써봅니다.
단풍나무 한 잎같이 조그만 고양이
그 한 잎의 고양이가 걸어가네
단풍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슬픔,
그 한 잎의 눈망울,
그 모진 추위와 바람 다 맞고
한 잎의 고양이가 걸어가네
이번 겨울이 첫겨울인 고양이,
태어난 지 한달만에 삶의 고통을 알아버린 고양이,
먹을 게 없어 논배미를 뒤져 말라붙은 개구리를 씹어먹던 고양이,
사람이 무서워 사람 곁에 갈 수 없는 고양이,
볕이 들면 축사 볏단을 깔고 자는 고양이,
곧 떨어져 사라질 것만 같은 아주 작은 고양이,
그 한 잎의 고양이가 걸어가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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