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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13 고양이와 가을하늘의 절묘한 앙상블 23
고양이와 가을하늘의 앙상블
가을이 한창인 요즘의 하늘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푸르다.
그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나 새털구름이라도 흘러가면
더없이 멋진 그림이 된다.
이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고양이라도 한두 마리 앉아 있으면
감동이 따로 없다.
얼마 전이었다.
유난히 하늘이 파랗던 그날 역전고양이를 만났다.
요즘에는 바쁜 개인사로 인해
사료배달을 가서도 거의 사료만 내려놓고 휘리릭 이동하기 일쑤다.
예전처럼 사진을 찍고 있을 여유가 별로 없다.
그러나 그날은 사진을 찍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로 멋진 광경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역전고양이 두 마리가 담장에 올라앉아 있는 거였다.
아니 고양이가 담장에 앉아 있는 모습은 너무 흔한 풍경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양이 뒤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나 푸르고 아름다웠다.
그 푸른 하늘은 담장에 앉은 고양이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푸른 가을하늘과 고양이의 멋진 조화.
이런 풍경을 두고도 셔터를 누르지 않고 그냥 간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해서 나는 차에 두고 온 카메라를 다시 가져와
한참이나 녀석들을 사진에 담았다.
다행히 녀석들은 마치 어디서 모델 좀 해봤다는 듯
자연스럽고 때로 자리를 옮겨 멋진 피사체가 되어주었다.
거의 15분 넘게 역전고양이 두 녀석은 그렇게 그림 같은 풍경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것은 푸른 가을 하늘을 돋보이게 하는 데코레이션과도 같았다.
사실 역전고양이의 날들은 불안과 긴장의 나날이다.
사는 곳이 역전이다보니 녀석들의 영역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지니간다.
게중에는 손버릇이 못된 사람도 있어서
누군가는 담배꽁초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장난으로 고함을 질러 놀라게 만들곤 한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나를 찾아온 손님과 역전 매점 평상에 앉아 캔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교복을 입은 중학생 남자 녀석 하나가
담장에 올라앉은 역전고양이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고 있는 거였다.
다행히 옆으로 빗나갔다.
그런데 이 녀석 또다시 돌을 집어들어 고양이에게 던지는 거였다.
고양이들은 부리나케 텃밭으로 내려와 고춧대 사이로 몸을 피했다.
그런데 다시 이 녀석 고춧대 사이로 숨은 고양이를 조준해 또 돌을 던지는 거였다.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 가보지는 못하고
바라보는 내내 나는 애만 태웠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고춧대 사이로 숨었다가 돌이 날아오자 고양이는 다시금 헛간 쪽으로 달아났다.
이때 달아나는 고양이를 향해 한번더 녀석은 돌을 던졌다.
심지어 사이드암 투수 흉내까지 내는 거였다.
안되겠다 싶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데,
그 학생이 총총히 사라졌다.
더 이상 고양이가 보이지 않자 흥미를 잃은 것이다.
이 녀석 인상착의를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다음에 역전에서 한번 더 만나면 도대체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겠다.
고양이가 뭘 잘못했는지.
잘못한 것이 없었다면, 왜 돌을 던졌는지.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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