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쉼표 여행, 몽골
시간은 낙타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몽골에 온 이상 서두를 필요가 없다.
몽골에서의 여행은 때때로 여행하지 않을 때가 더 여행스러웠다.
이따금 나는 초원에 누워 지평선의 구름이 하늘을 게으르게 건너가는 풍경을
느긋하게 구경했다.
구름의 유목!
너무 더디게 구름이 내 눈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차알칵, 한 마리 구름 사진을 찍는다.
굳이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순간의 풍경을 그저 나는
심심해서 셔터를 눌러본 것이다.
남고비 사막이 보이는 홍고린엘스에서 나는 카메라와 수첩을 버리고
나를 무장해제시켰다.
침낭 위에다 이불을 두 겹이나 덥고 자야 했던 알타이 호텔에서도
나는 여행자보다 투숙객으로 며칠을 보냈다.
홉스골 호수에서는 오전에 말을 타고 호수를 거슬러오르고
오후에는 내내 게르 숙소에서 뒹굴었다.
더러 말 탄 유목민이 지나갔고,
야크떼가 지나갔으며,
타이가숲의 이끼 냄새를 실은 바람이 지나갔다.
가끔은 내가 탄 푸르공이나 델리카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
몽골에서는 낙타가 걷는 속도로
보행을 늦출 필요가 있었다.
더 빨리 갈 이유가 없다.
몽골은 불편과 부족이 당연하고
느림과 적막이 가득한 곳이다.
몽골은 이해하기보다 느끼는 곳이다.
지평선처럼 아득한 감각의 끝에서 몽골은 구름처럼 굴러다닌다.
그것은 설산의 낙타처럼 눈속을 걸어와
사막의 달처럼 가슴에 떠오른다.
나는 천천히 그것을 받아적는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몽골_몽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가이 산맥 북쪽도시, 체첼렉 (6) | 2008.12.08 |
---|---|
초원과 구름의 날들 (4) | 2008.12.06 |
알타이 게르주막에서 만난 초코파이 (13) | 2008.12.03 |
여기 몽골 맞아? (11) | 2008.11.28 |
창피한 몽골 자이산의 한글낙서 (19) | 2008.11.25 |
몽골을 누비는 한국의 자동차 (12) | 2008.11.20 |
몽골 최초 티벳불교 사원, 에르덴 조 (7) | 2008.11.19 |
나는 지금 알타이로 간다 (11) | 2008.11.17 |
800년전 세계의 수도, 하라호름 (10) | 2008.11.13 |
신기한 무지개구름을 보다 (14) | 2008.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