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에 올라간 꽃냥이
얼마 전 산수유 꽃구경하는 길고양이 기사를 올린 적이 있다.
고양이가 꽃나들이 나온 것도 신기하지만,
지그시 눈을 감고 꽃향기를 맡는 모습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산수유 꽃그늘에서 하염없이 산수유꽃을 바라보는 희봉이.
그런데 이번에는 희봉이가 또 사고를 쳤다.
밑에서 꽃구경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이 녀석 아예 산수유나무로 풀쩍 뛰어올라
산수유 가지 사이를 요리조리 옮겨다니며
참 요란하게도 꽃구경을 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을 희봉이를 '꽃냥이'로 불러도 좋을 듯싶다.
드디어 꽃의 유혹을 참지 못해 풀쩍, 산수유나무에 올라간 희봉이. 오늘은 녀석을 '꽃냥이'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길냥이가 산수유 꽃구경 하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나무에까지 올라가다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나도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녀석은 한참을 산수유 꽃그늘에서 놀다가
갑자기 풀쩍 산수유나무로 올라간 것이다.
산수유나무에 올라간 희봉이는 처음에
산수유 가지가 성가셨는지 고개를 밀치며 가지를 꺾으려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몸을 피해 요리조리
한참이나 가지를 옮겨다녔다.
그건 마치 사진찍어 주세요, 하는 것만 같았다.
잠시 내려갔던 희봉이가 다시 풀쩍 산수유나무에 뛰어올랐다.
거의 5분 넘게 산수유나무에 올라가 놀던 녀석은
다시 풀쩍 뛰어내려 땅으로 내려왔지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산수유나무로 뛰어올라갔다.
이유가 있었다.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약을 올리던 벌 한 마리가
윙윙거리며 높은 가지로 날아오른 것이다.
희봉이는 결국 꿀벌에 대한 호기심을 떨치지 못하고
덩달아 풀쩍 산수유나무로 올라간 것이다.
깜냥이도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꿀벌을 구경하고 있다. 이따금 잡으려다 헛발질을 하면서...
그리고는 산수유 가지를 헤치며 기웃기웃
벌을 찾아 한참이나 헤매었다.
이놈의 꿀벌이 가만 있을 리 만무하니
희봉이는 벌을 좇아 자꾸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가지만 옮겨다니다 결국 허탕만 쳤다.
산수유꽃과 꽃에 날아든 벌을 구경하는 깜냥이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이제 겨우 태어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 녀석이 꿀벌이 뭔지,
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턱이 없었다.
그러니 벌 무서운 줄 모르고 저렇게 날뛰는 것이 아닌가.
"봐봐, 점냥아! 이게 산수유꽃이란 거야! 신기하지. 이상하게 생긴 벌레도 막 날아다녀!"
밑에서 구경하는 깜냥이는 나무에 올라갈 용기는 없었는지
산수유 그늘만 왔다갔다하면서
벌이 윙윙거릴 때마다 한번 잡아보려고 앞발을 들어보지만,
번번이 헛발질만 한다.
희봉이와 깜냥이가 산수유나무 아래서 놀고 있는 것을
다른 고양이들도 보았는지
잠시 후 점냥이와 동냥이도 산수유나무 아래로 모여들었다.
점냥이가 깜냥이에게로 다가오자
깜냥이는 마치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점냥이에게 산수유꽃과 벌을 소개해 주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다만 뭘 해도 시큰둥하고 시니컬한 동냥이는
대체 저 녀석들이 뭘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산수유 그늘에 앉아 있다가
이내 텃밭으로 올라간다.
우리 동네 길고양이의 봄은 오늘도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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