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놀이터에 화분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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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놀이터에 화분전쟁이 시작되었다


어슬렁 어슬렁...

어슬렁어슬렁 도로 저편에서 동냥이가 걸어옵니다.
동냥이는 자동차를 지나 텃밭가에 놓여진 화분 더미로 걸음을 옮깁니다.
누군가 텃밭가에 버려놓은 화분들입니다.
그 중 제법 커다란 화분을 보자 동냥이는 그 안으로 잠수하듯 쏙 들어갑니다.


쏘옥!

텃밭에서 깜냥이와 장난을 치던 희봉이가
화분으로 들어가는 동냥이의 뒷꽁무니를 보자
냥냥거리며 부리나케 달려옵니다.
그리고는 화분으로 달려가 제법 위협적인 몸짓으로
저도다 훨씬 큰 동냥이를 몰아냅니다.


내 화분에서 빨리 안나가!

동냥이는 꽁지가 빠져라 달아납니다.
동냥이가 달아나자 희봉이는 동냥이가 차지했던 화분 바로 옆 화분 속으로
동냥이가 하던 모양 그대로 쏙 들어갑니다.
희봉이 한 녀석 들어가니 화분이 꽉 찹니다.


치사해서 내가 나간다!

사실은 희봉이가 몸을 펴기에는 화분이 약간 작아보입니다.
그런데도 희봉이는 거기가 마치 자기 둥지라도 되는양
화분 속에 들어가 고개를 내밀고 냥냥거립니다.
그건 마치 ‘이 화분은 내꺼다’ 하는 것만 같습니다.


쫌만 한눈 팔면 녀석들이 여길 넘보네!

동냥이가 물러난 뒤 얼마 후
이번에는 모냥이가 슬금슬금 화분더미 곁으로 다가옵니다.
모냥이는 화분에 들어가 있는 희봉이를 보자
새로운 ‘놀이터’라도 발견한 양 관심을 보입니다.


넌 또 왜 왔냐? 저리 가!

그러자 희봉이는 화분 위로 올라가
어림도 없다는 듯 으름장을 놓고는 도로 화분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얼굴만 빼꼼 내밉니다.
모냥이는 ‘한번만’ 하는 표정으로 희봉이를 바라봅니다.


나도 화분 한번 들어가면 안될까? 응, 안돼!

그래도 희봉이가 모른척하자
모냥이는 화분 속의 희봉이에게 앞발을 들어 선방을 날립니다.
뜻하지 않은 기습공격에 희봉이는 어쩔줄 몰라 합니다.
이어 또 한방 모냥이가 희봉이를 공격합니다.


이 화분이 니꺼냐? 전세냈냐? 그래 내꺼다 월세냈다, 어쩔래!

희봉이도 이번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화분 속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모냥이를 공격합니다.
그렇게 서로 앞발 공격이 오가기를 수차례,
희봉이의 지키려는 의지가 만만치 않습니다.


에잇 내 주먹을 받아랏!

드디어 희봉이가 주먹을 불끈 쥐고 회심의 일타를 모냥이에게 날립니다.
기세 좋던 모냥이가 주춤하기 시작합니다.
모냥이는 공격하기를 멈추고 협상을 하려는듯
자세를 고쳐앉아 불쌍한 표정으로 희봉이를 바라봅니다.


그래도 어떻게 안될까? 글쎄! 안된다고 했잖아!

그러나 희봉이는 화분의 임자가 자기라는 듯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도 말라며 모냥이를 내려다봅니다.
‘빨리 저리 안가’ 으르렁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냥이는 구차하게 그냥 앉아있습니다.


빨리 저리 안꺼져! 한대 더 맞을래?

그래도 모냥이가 자리를 비키지 않자
희봉이는 다시 화분 위로 올라가 냥냥거리며
모냥이를 위협합니다.
길고양이 놀이터의 화분전쟁은 이제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간다 가! 잘 먹고 잘 살어라! 왜 화분도 먹지 그러냐!

결국 모냥이는 희봉이의 기세에 눌려
화분더미를 뒤로 하고 종종걸음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화분을 차지하려는 무림 고수들의 대결같다고나 할까요.
오늘은 희봉이가 이겼지만,
화분을 놓고 벌이는 무림 고냥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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