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궁금한 길고양이
고양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동물이다.
우리집을 찾는 길고양이 바람이는 오늘도
테라스 아래 머물다
집안이 궁금해서 못참겠다는 듯
까치발을 선채 고개를 쭉 빼고
집안의 동정을 살핀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테라스 아래서 까치발로 테라스에 발을 올리고 집안을 구경하는 길고양이, 바람이.
그러나 녀석의 행동은 매우 조심스러워서
한꺼번에 고개를 쭉 빼밀고 집안을 살피는 게 아니다.
먼저 녀석은 두 귀를 쫑긋
더듬이처럼 세우고 집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감지한다.
“저 못마땅한 냥냥소리는 뭐냥?”
테라스 위로 두 귀가 쑤욱, 하고 올라오자
창밖을 감시하던 랭보가 갑자기 경계경보를 발령하며 냥냥거린다.
그러자 아무 생각 없이 놀던 랭이마저 덩달아 캬르르거린다.
테라스 아래서 집안의 동정을 살피고 소리를 들어보려고 까치발을 선 채 더듬이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바람이와 그런 바람이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집안냥 랭보.
이 상태로 잠시 대기,
하던 바람이는 집안 냥이들의 행동이 궁금하다는 듯
눈만 빼꼼 내밀고 집안을 살핀다.
“너도 내가 부럽냐. 부러우면 지는 거다.”
밖에 사는 냥이는 집안이 궁금하고
집안에 사는 냥이는 바깥이 궁금해서
양쪽의 고양이는 서로가 궁금한 쪽을 바라본다.
눈만 내밀어서는 궁금증을 다 해결할 수 없는 것일까.
바람이는 이제 과감하게 다리를 한쪽 테라스에 올려놓은 채
방안을 들여다본다.
“근데 사료는 언제 주는겨?”
곧이어 또 한발을 테라스에 올려놓고
방안의 냥이들과 눈을 맞춘다.
1. 더듬더듬. "어디서 못마땅한 냥냥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2. 쏘옥! "랭보 너였냥?"
3. 오른발 척. "너네 집 TV 있냥?"
4. 두발 다 척. "저기 사료도 많이 사다 놨냥?"
에라, 모르겠다.
까치발로 테라스 아래서 방안을 구경하기에는 감질난다는 듯
바람이는 결국 슬쩍 테라스 위로 뛰어올라
유리창 바로 앞까지 바싹 다가선다.
그러자 집안에 있던 랭보와 랭이는 놀라서 혼비백산하고 만다.
바람이 녀석은 놀래키려고 한 짓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랭보와 랭이는 화들짝 놀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안절부절하며 나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집안 시끄럽지 않으려면 언능 사료를 내오시등가...뭐."
하는 수없이 나는 문을 열고 바람이를 테라스 아래로 내려보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바람이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이쪽을 바라본다.
한번 더 두 발을 올리고 자세히 방안을 살핀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 우리집에선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바람이 녀석 단지 궁금냥이일 뿐일까.
녀석의 꿍꿍이속은 따로 있는 것일까.
* 희봉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http://gurum.tistory.com/
'길고양이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여워 시골냥이 물마시는 법 (21) | 2009.10.22 |
---|---|
시골냥이 졸지에 철거냥 된 사연 (11) | 2009.10.21 |
시골 캣맘이 돌보는 길고양이 가족 (20) | 2009.10.20 |
고양이가 가을꽃을 만났을 때 (30) | 2009.10.16 |
고양이의 치명적인 유혹 (45) | 2009.10.14 |
할머니 따라 마실 가는 고양이 (80) | 2009.10.09 |
길고양이 사진찍기 8가지 방법 (22) | 2009.10.08 |
간지 작렬 꽃미냥, 달타냥 (41) | 2009.10.07 |
꽃집의 고양이는 예뻐요 (15) | 2009.10.06 |
날마다 숯검뎅이가 돼 돌아오는 고양이 (26) | 2009.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