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대략난감
우리 집을 찾는 길고양이 ‘바람이’ 녀석이
언제부턴가 우리집 마당을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장마철 상수도 공사를 했던 장소의 흙이 씻겨나가
모래를 한 포대 부어놓은 적이 있는데,
녀석은 그 모래흙을 대담하게 화장실로 사용하는 거였다.
1. 장소물색
2. 노상방분
녀석이 이곳에다 ‘방분’하는 것은 그동안 심증만 있었을뿐,
물증이 없었으나
오늘 드디어 딱 걸렸다.
창문을 통해 지켜보니, 녀석은 사료를 한 그릇 비우고 나서
슬금슬금 마당의 모래밭으로 걸어나왔다.
3. 증거인멸
잠시 장소물색을 하던 바람이는 적당한 곳에 앞발로 모래흙을 파더니
곧바로 노상방분에 들어갔다.
일이 끝나자마자 녀석은 흔적을 묻어 증거인멸을 시도했으나,
그 순간 창문을 통해 바라보던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뜨끔한 바람이 녀석, 당황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4. 딱걸렸어
5. 대략난감(윙크작전)
이 대략난감한 상황을 어찌 벗어날까, 녀석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녀석이 택한 방법은
나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 윙크를 하는 거였다.
못본 걸로 해달라는 일종의 선처를 당부하는 윙크였다.
그렇게나 뻣뻣하게 굴던 녀석이 윙크를 다 날린다.
6. 삼십육계
그러더니 안되겠다 싶은지, 삼십육계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친다.
그렇게 녀석은 범행 현장을 벗어났다.
그동안 대여섯 번이나 녀석의 흔적을 치우면서
“이제 길고양이 똥까지 치워야 하는 건가!” 하고 내가 푸념을 하자
아내는 재밌다고 깔깔 웃어댄다.
* 고양이의 사생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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