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아파트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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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어때요?




참 뻔질나게도 찾아오는 아저씨가 저를 휴지 먹는 고양이로 소개하는 바람에
졸지에 저는 휴지냥이 되었어요.
슈렉이도 막냉이도 나 보고 휴지냥이라고 놀려대지만,
뭐 나도 슈렉이에게 가끔 ‘이런 고양이계의 슈렉이’하고 놀려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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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찍으면 곤란한데..."

제가 사는 곳이 누추해서 웬만하면 집 공개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수염 난 아저씨가 사진을 '박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제 집을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되었군요.
제가 사는 곳은 볼것도 없이 초라하게 생겼습니다.
누군가 갖다놓은 이 커다란 파이프가 바로 우리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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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비가 새나? 해는 짱짱한데..."

고양이 한 마리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맞춤하게 구멍이 나 있고,
안으로도 깊어서 길개나 손버릇 나쁜 사람들로부터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는 공간이죠.
더구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처럼
층층이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위층 아래층 이사를 다닐 수도 있구요.
실제로 1층에는 제가 살고, 2층에는 슈렉이가, 3층에는 막냉이가 살죠.
내일이면 또 층수가 달라질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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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 별로야. 내일은 3층으로 이사가야지..."

전망은 별로 좋지 않지만,
아저씨가 사료를 내려놓고 가는 장소에서 가까워 언제든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뛰쳐나갈 수도 있답니다.
더더욱 파이프 더미 위에 천막을 씌워놓아서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끄떡없습니다.
한 가지 문제라면 파이프가 쇳덩이다보니
바닥이 차갑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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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데...함 나가볼까?"

요즘 같은 날씨에 저 안에서 자다가는 동태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곳은 한낮에 먹이활동을 나왔을 때만 임시로 사용하고,
한밤중이나 잠을 잘 때는 근처의 슬레이트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슬레이트 지붕 위에 내가 태어난 멋진 둥지가 있죠.
여기보다 훨씬 따뜻하고, 결정적으로 거기엔 엄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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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밖에 누구쇼? 노크도 없이...택배라도 왔나?"

그래도 하루중 절반 가량은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여기 또한 집이나 다름없죠.
그러고보니 먹고살기 바쁜 길고양이 형편에 1가구 2주택인 셈이네요.
하여튼 이곳에서 저는 슈렉이와 막냉이와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낮잠도 자고, 아저씨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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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붕이 별로야! 어서 분가해서 전원주택으로 이사가야 할 텐데..."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 발이 시려서 여기 오래 머물 수도 없지만,
그냥 우리 노랑이네 놀이터라고 생각하면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얼른 추운 겨울이 끝나서
이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봄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Trackback 0 And Comment 18
  1. 2009.01.05 17:0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businessman.tistory.com/ BlogIcon 짝짝 2009.01.05 17:39 address edit & del reply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 한 사람인데,, 사진속 고양이는 귀엽네요 ㅋㅋ 스토리가 있어서인지

  3. Favicon of http://arttradition.tistory.com BlogIcon 온누리 2009.01.05 17:4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위험하게 저런 곳에서
    그래도 맨길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4. Favicon of http://rubilliac.tistory.com BlogIcon 루빌리악 2009.01.05 18:16 address edit & del reply

    동네에 길고양이 집 알면 저도 밥좀 주고 그를텐데요...
    항상 잘 보고 갑니다~ (가끔은 가심이.. 아프다는..)

  5. Favicon of http://egrim.tistory.com BlogIcon 이그림 2009.01.05 18: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와~~ 한 아파트에 모여사네..
    차갑지만 않으면 완벽한데..

    집 구경 잘 했어요.. ^_________________________^

  6. 2009.01.05 20:1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Favicon of http://blog.daum.net/hyunphoto BlogIcon hyun 2009.01.05 22:28 address edit & del reply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을 담으시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이젠 고양이들도 님의 마음을 아는 듯 다양한 포즈를 취해줄것 같습니다.
    앙큼한 고야이의 예쁜 모습 잘보고갑니다.

  8. 유스티나 2009.01.05 22:38 address edit & del reply

    에구 귀여워라ㅜㅜ 위험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길냥이들에겐 저정도의 안전한 곳도 쉽지않겠지요? 노랑둥이 화이팅!

  9. Favicon of https://archwin.net BlogIcon archmond 2009.01.05 22: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초 귀엽네요^^

  10. Favicon of http://blog.daum.net/design11111 BlogIcon Yujin 2009.01.06 00:22 address edit & del reply

    dal-lee님~ 인사가 늦었어요^^
    연말연시를 타지에서 보내느라...
    happy New year~!!
    PS. 에고~ 이젠 달리님 블로그에 고양이 안나오면 심심한거여여...공양이 사진도 맨날예술이니..참을 수없는 예술 ㅋ

  11. ogi 2009.01.06 01:59 address edit & del reply

    멋진 고양이 아파트...
    다행이네요
    아파트에 모여살 수 있으니깐요 ^^

  12. BlogIcon 111 2009.01.06 11:57 address edit & del reply

    어쩜 냥이 사진과 글이 예술이네요

  13. 천랑 2009.01.06 13:3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쩜 저렇게 어여쁠 수 있죠~

  14. Favicon of http://meffect.tistory.com BlogIcon 달빛효과 2009.01.06 18:27 address edit & del reply

    아...고양이도 너무 귀엽고,
    사진도 너무...좋고.
    오랜만에 와서 또 눈호강 하네요.
    귀여운 고양이에게 모포라도 선사해주고파라...

  15. 귀엽당.. 2009.01.06 23:13 address edit & del reply

    세상에 귀엽지 않은 새끼는 없다더니...너무 이쁘네요.
    그나저나 문제네요. 집고양이들 내다 버려서 아파트는 온통 길냥이들 천지이고...산으로가서 야생화된 고양이는 토종새들 다 잡아 먹고...

    애완동물 기르는것 자체를 면허제로 해야하는게 그나마 나을것 같아요.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아..키우고 싶다...+_+

  16. 냥이사랑 2009.01.09 10:51 address edit & del reply

    넘 이쁘긴 하지만 그래도 가슴한켠이 애틋하고 안됐고....불쌍해라. 따뜻한 깔개라도 깔아주고싶어요.

  17. 천랑 2009.01.09 13:13 address edit & del reply

    근데..왜 멍이와 얌이는 작별인사도 없이 안나오는거죠????
    그리고..다음 이야기가 빨리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이 ㅠ.ㅠ

  18. 에스프리 2009.01.17 20:46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 3남매 고양이중 코비를 꼭 닮았네요
    너무 천진하게 장난치고 뒹굴고 낮은 포복으로 살살 기어가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아도 때리거나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제목숨 살다게 해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