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이 땅의 최남단 느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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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이 땅의 최남단 느낌표


마라도에서 만난 아침의 푸른 바다와 하얀 우편함과 참새.


마라도 갑니다.

바람처럼, 파도처럼 짐짝같은 몸을 여객선에 싣고

국토의 끝이고, 시작인

마라도 갑니다.



갈 때는 마침표처럼 느껴지고, 다녀와서는 느낌표로 남는 마라도.


‘한반도 최남단’이란 수식어가 붙은 마라도에 가면서

‘세상의 끝’도 아닌 그곳이

자꾸만 더 이상 갈 수 없는 마침표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의 가슴에는

마라도가 분명한 느낌표로 남아 있습니다.



마라도 남쪽 바다에서 아침부터 그물질이 한창이다.


마라도가 왜 마라도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다를 사이에 둔 가파도와 마라도 사람들이

돈을 빌린 뒤 저 바다와 파도를 핑계로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진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는 게 속편합니다.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란 저런 것이다.


누군가는 말 마(馬)와 언덕을 뜻하는 라(羅)가 붙어서

‘말의 언덕’이란 뜻이라거나

모슬포의 나(羅)씨가 들어와 살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모두 정설은 아닙니다.



마라도 동쪽 해안의 해식단애와 아침 바다의 어선들.


알려진 것은 오래전 이곳이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고,

그래서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섬이라는 뜻의 ‘금섬’이라 했다는 거고

1883년에 나씨를 비롯한 몇몇이 이 섬을 개간해 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마라도에는 나무가 무성하고 숲에 뱀이 많았지만,

개간을 위해 불을 지르는 통에 마라도는 오늘날과 같은 숲이 없는

두루뭉실한 언덕 같은 섬이 되었습니다.



바다에서 건져온 돌미역을 말리는 풍경. 멀리 가파도와 제주도가 보인다.


그러나 제법 해벽은 높고 가파릅니다.

특히 마라도 등대가 있는 동쪽 해안은 바라만 봐도 아찔합니다.

마라도에는 등대를 비롯해 교회와 성당과 절집이 각각 한 채씩 있고,

최남단 방송국인 마라도 방송국과 최남단 박물관인 초콜릿 박물관에

최남단 분교인 마라도 분교와

이제는 유명해진 자장면집도 있습니다.

펜션과 민박집과 식당도 꽤 많습니다.



마라도의 최남단 마을 풍경.


마라도에서는 무엇이든 최남단입니다.

심지어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까지 최남단 물고깁니다.

<대한민국 최남단비>도

마라도 남쪽 끝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 백구도 최남단 개라 할 수 있겠지?


마라도에는 대한민국 최남단 ‘당’도 있는데,

애기업개당이 그것입니다.

이것을 할망당이라고도 하고, 비바리당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에는 이런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마라도 북동쪽 해안 목책에서 바라본 가파도와 해무에 잠긴 제주 산방산 일대 풍경.


모슬포 잠녀들이 어느날 마라도에 물질을 갔다가

풍랑이 거세져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일행 중에는 이씨 부인의 애기를 돌보는 애기업개 처녀도 끼어 있었는데,

그날 밤 이씨 부인의 꿈에 누군가 나타나 ‘애기업개’를 두고 가야 살 수 있다는

말을 전합니다.

이에 잠녀들은 애기업개 처녀를 심부름시킨 뒤

배를 타고 마라도를 빠져나왔습니다.

뒤늦게 눈치를 챈 애기업개는 울며불며 떠나는 배를 불러보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마라도의 일출 무렵의 고기잡이 어선(위)과 마라도 등대 가는 길에 바라본 억새밭 너머의 일출(아래).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모슬포 잠녀들이 마라도를 다시 찾았을 때,

애기업개는 뼈만 남은 채 모슬포 쪽을 바라보며 죽어 있었습니다.

이에 잠녀들은 뼈를 그 자리에 묻고 장례를 치른 뒤,

지금과 같은 당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마라도 잠녀들은 애기업개당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에

해상안전을 비는 제를 올립니다.



애기업개 처녀의 슬픈 전설이 깃든 애기업개당. 모슬포를 바라보고 있다.


이맘때 마라도 잠녀들은 전복과 소라, 돌미역 채취에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 작은 섬에 양식을 할리 만무하니,

마라도에서 나는 해산물에는 천연한 바다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맛에서도 최남단 맛이 납니다.


마라도 분교 운동장에서 만난 아이들(위)과 마라도 분교의 아침(아래).



가슴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선착장 인근 ‘해식동굴’로 알려진 동굴의 상당수는

일제시대 때 제주사람을 동원해 파놓은 인공동굴이라 합니다.

일제는 15개가 있다고, ‘일오동굴’이라 불렀습니다.

이 곳은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최남단 등대인 마라도 등대(위)와 최남단 박물관이자 방송국이 들어선 초콜릿 박물관 건물(아래).


마라도의 아름다움은 아침에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마라도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한라산만큼 공덕을 쌓아야 하는 것이지만,

운이 좋아 마라도에서 일출을 만났다면,

마라도의 첫 번째 아름다움을 본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마라도의 아침바다.


아침에는 모든 것이 선연하고 신선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마라도 바닷가에는 고기를 잡는 어선들로 가득하고,

어선을 맴도는 물새들로 가득합니다.

뭍에서 볼 수 없는 제비도 흔하게 만납니다.



<대한민국 최남단비>(위)와 <대장금> 촬영지가 되었던 선착장 인근의 일오동굴(아래).


아침에 해안을 따라도는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마라도 여행은 충분하지만,

마라도에서 바라보는 가파도 풍경과

해무에 살짝 가린 제주도 산방산 일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마라도에 와서 놓쳐서는 안될 구경입니다.


마라도의 일몰 풍경.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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